검찰 “범죄혐의 이미 충분히 소명”… SK “재판부가 金씨 증인 세워야”
송환된 SK사건 ‘핵심’ 최태원 SK그룹 회장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하루 앞둔 26일 저녁 대만에서 국내로 송환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 씨는 손에 채워진 수갑을 가리기 위해 하얀 수건을 두르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애초 대만 당국과 우리 정부는 추석 연휴 전에 김 씨를 소환하기로 일정조율을 마쳤지만 김 씨가 대만 현지 사업가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송환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고소 사건 조사를 위해 김 씨 송환이 항소심 선고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김 씨가 고소당한 것이 송환 지연을 위한 위장 고소라고 보고 조사를 조기에 종결한 뒤 송환한 것으로 보인다.
SK 측은 항소심 초기부터 김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도 김 씨의 역할 등을 고려해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김 씨가 대만에서 도피 중이라 법정에 세울 기회가 없었다. 항소심 막바지였던 7월 31일 김 씨가 대만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K 측은 재차 김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당장 내일 김 씨가 국내로 송환되더라도 증인으로 채택할 생각이 없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이미 김 씨와 최 회장 등의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돼 충분히 김 씨의 의견을 심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이미 최 회장의 혐의는 충분히 소명이 됐으므로 김 씨 증인 채택이 불필요하며 설령 그가 진술한다 해도 최 회장 등의 유죄 입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의 변론재개 결정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씨가 이번 사건 범행 공소사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보니 선고하기 전 직접 심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재판부는 26일 밤까지 재판 진행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재판 진행은 재판부 고유의 권한”이라며 “현재로선 어떤 입장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입국 직후 검찰에 신병이 인계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받게 된다. 김 씨에 대한 수사는 최 회장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가 하게 된다. 김 씨는 SK 수사가 진행될 무렵인 2011년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대만으로 갔으며 기소중지 상태였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