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국제행사비를 국고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액수가 196건에 6360억 원이나 된다. 올해보다 43% 늘어났다. 경제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앞다퉈 국제행사 유치에 나선 탓이다. 지자체가 국제행사를 유치한 후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손을 벌리는 게 관행이 돼버렸다. 처음에는 소요 예산을 줄여 책정하고 심사를 통과한 뒤에 야금야금 사업비를 늘려가는 국책사업과 꼭 닮았다.
기획재정부는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국제행사에 메스(수술 칼)를 대기로 했다. 앞으로 기초자치단체는 국고에서 10억 원 이상 들어가는 국제행사를 주관할 수 없고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만 가능하다. 내년의 행사비용도 당초 요구한 금액의 3분의 1을 깎겠다고 한다. 정부는 5월에야 전체 행사비의 30%까지만 중앙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 전에는 이런 제한조차 없어 당초 한 국제행사에 50억 원을 요구했다가 결국은 1154억 원을 타간 지자체도 있었다.
광주시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한 것처럼 보증서 내용을 조작했다가 관련 공무원이 구속된 게 엊그제 일이다. 지자체장들은 너도나도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업적으로 선전하며 재선 3선의 디딤돌로 삼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 세금만 새어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국제행사를 예산 증액용 이벤트로 이용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기재부는 국고를 지원한 국제행사를 사후에 엄격히 평가해 다음 예산 편성 때 혜택 또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