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은 임직원 사이가 끈끈하고 우애가 깊다는 의미로 많이 쓴다. 물론 긍정적인 어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직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때론 큰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한국시장 진출 20여 년 만에 시장 1위 브랜드가 된 싱글몰트(하나의 오크통에서 숙성해 그대로 병에 주입하는 방식) 위스키 ‘맥캘란’이 처했던 상황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갖는 치명적 약점을 잘 보여준다.
맥캘란은 2004년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고급 바텐더 출신을 영업사원으로 뽑아 ‘핵심영업팀’을 만들었다.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며 끈끈한 우애를 과시하던 핵심 영업팀원들은 자신들의 판매처인 고급 바(Bar)에서 허드렛일까지 하며 판로 확보에 나섰다. 자신들이 함께 일했던 고급 바 직원들과 역시나 ‘호형호제’하며 맥캘란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경영진은 사상 초유의 ‘동시 퇴사’ 사태를 수습하면서 사내에서는 반드시 ‘형, 동생’이 아닌 직함으로만 부르도록 했고 ‘호형호제’는 곧바로 해고사유가 됐다. 회사 분위기는 곧바로 수습됐고, 오히려 사조직처럼 별도로 모이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영업시스템 전체가 다시 안정화됐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