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공연 가진 포르투갈 재즈의 금자탑 마리아 주앙
6, 7일 서울 마포에서 공연한 포르투갈 재즈 음악인 마리아 주앙(왼쪽)과 마리우 라지냐. 주앙은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스캣을 할 수 있다. 지치지만 않는다면 영원히…”라고 했다. 플러스히치 제공
7일 오후 4시 50분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포르투갈에서 온 재즈 가수가 5분이 넘는 긴 스캣(가사 대신 뜻 없는 음절로 하는 즉흥 가창)을 마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반쯤 벌어져 있던 관객들의 입에서 일제히 신음 같은 탄성이 터졌다.
6, 7일 9개 팀 22명의 연주자가 12시간 동안 펼친 제1회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에서 가장 뜨거운 한 시간이었다. 주앙의 스캣은 노인 남성의 마른기침부터 소녀의 비명까지 순식간에 넘나들며 사이코드라마처럼 계속됐다.
광고 로드중
함께한 지 25년째를 맞은 포르투갈 재즈의 금자탑 주앙과 라지냐를 공연 뒤 만났다. 속사포 같은 포르투갈어가 이따금 랩 같았다. 주앙의 독보적인 가창의 비밀이 가장 궁금했다. 주앙은 “연습을 따로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슈퍼마켓, 비행기, 화장실에서도 모든 소리를 흉내 내며 노래하죠. 저한테 가장 큰 영향을 준 음악가는 거리의 소음.” 자폐아를 위한 수영교사로 활동하던 주앙은 20세 때에야 재즈를 듣기 시작했고 26세 때 재즈 학교에 입학해 27세에 첫 앨범을 냈다.
주앙은 이래저래 재즈계의 이단아다. 열대 조류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대의상을 직접 디자인하고 팬터마임 같은 몸짓으로 노래한다. “갇혀 있고 싶지 않아요. 몸은 바람을 일으켜 소리를 실어 나르죠. 어려서부터 배운 가라테, 유도, 아이키도(3단)가 도움이 됐어요.”
라지냐는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25년 전 첨 만났을 땐 끝없는 주앙의 스캣에 ‘저걸 어떻게 감당하나’ 하며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고 했다.
팝, 전자음악, 전위음악을 넘나드는 그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재즈 음악인이라 불렀다. 재즈가 뭐기에…. “융합의 음악. (음악 속에서) 뭐든 될 수 있으니까.”(주앙) “늘 다른 문화에 열려 있는 것. 이게 재즈의 힘.”(라지냐)
광고 로드중
주앙은 다음 달 리스본에서 전자음악 그룹 ‘오그리’의 멤버로 공연한 뒤 빅밴드와 함께 싱가포르, 모잠비크, 브라질, 독일 공연에 나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