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은 1896년경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1909년 4월 27일자 황성신문에는 ‘관립고등학교에서 풍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서양음악 교육은 그렇게 풍금과 함께 시작됐다. 옛 학교 풍경을 재현한 박물관마다 풍금과 조개탄 난로를 가져다놓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신경숙의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가 2002년 미국에서 번역됐는데, 제목이 ‘눈먼 송아지’로 바뀌었다. 미국 독자들이 학창시절 하면 곧바로 풍금을 떠올리는 한국적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풍금이 초등학교에서 사라졌다. 대신 아이들은 컴퓨터 학습프로그램을 따라 동요를 배운다. 2005년경부터 ‘교단선진화’ 정책에 따라 컴퓨터를 활용한 학습자료를 개발하면서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반드시 오르간(풍금) 연주 시험을 봐야 했지만 이 제도도 1998년 없어졌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교육 방식도 달라져야겠지만 노래방도 아닌 학교에서 기계음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는 현실이 왠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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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논설위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