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객원논설위원 전 건설교통부 장관
우리나라는 지방 자치와 교육 자치가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 시도 단위의 초중고 교육은 교육감이 책임지고 재정 지원도 교육재정 교부금이란 이름으로 지방 행정과 분리돼 있다. 지자체는 인건비와 무상급식비 등 일부만 지원할 뿐이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와 교육 자치제도는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교육감은 직선으로 뽑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명분으로 정당 공천 없이 무소속으로만 입후보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은 교육 행정가에 대해 정보도 없는 데다 무소속 후보만 있다 보니 교육감으로 누가 적합한지 알 수가 없다. 현직 교육감이나 경력이 그럴듯한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교육 자치제도는 자치의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현재 시도 교육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시도 의회의 분과 위원회 중 하나인 교육위원회다. 교육위원회에는 시도의원과 교육위원이 함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총 15명의 교육위원회 멤버 중 7명은 정당 출신의 시의원이고 8명은 무소속 직선의 교육위원이다. 서울 시민 1000만 명에 직선 교육위원은 8명이니 125만 명당 1명꼴이다. 서울 시민이 교육위원 만나기가 시장 만나기만큼 어렵다.
현행법에 따르면 2014년에는 교육위원 선거를 폐지하고 교육위원회는 시도의원으로만 구성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교육에 관해 국민의 의사는 누가 대변하는가. 시도의원 중 일부만 시도의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이 됨으로써 교육위원회 위원이 아닌 시도의원에게는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 도지사만 있고 도의원이 없는 것과 같다. 교육 자치가 아니라 교육감 자치이다.
또한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위원회 위원인 시도의원이 모두 정당의 영향을 받는데 오로지 교육감만 무소속으로 둘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의 교육 자치는 논리도 없고 실효성도 없다.
차제에 교육자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자녀 교육이다. 국가적으로도 인재 양성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공교육은 붕괴된 지 오래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학교 시설도 개선해야 한다. 원어민 교사도 늘리고 방과후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어려운 과제를 특별한 재원이나 정책수단도 갖지 못한 무소속의 교육감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교육자치 개선 방안의 하나로 교육감을 광역단체장이 지방 의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다수 지자체가 교육에 책임을 지고 있다. 워싱턴의 교육 개혁으로 널리 알려진 미셸 리의 경우도 워싱턴 시장이 발탁한 것이고 뉴욕 시도 블룸버그 시장이 직접 나서서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지자체장이 임명한 교육위원들이 교육감을 선출한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교육 시스템 개혁에는 관심이 적다. 국가정보원 개혁은 중요시하면서 교육자치 개혁은 거론도 하지 않는다. 내년 6월에 교육감 선거가 있다. 이번 정기 국회에 고치지 않으면 또 4년 허송세월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 전 건설교통부 장관 jcchoij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