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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 6명 빼고도 25명은 ‘내란음모’ 불인정?

입력 | 2013-09-05 03:00:00

■ 반대-기권-무효 31명은 누구




표결 마친 새누리 지도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앞줄 왼쪽)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뒤 이야기를 나누면서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두 사람 사이로 최경환 원내대표가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4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역대 가장 많은 258명의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25표의 ‘반란표’에 집중됐다. ‘체제 전복 세력을 신속하게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강한 여론이 있는 데다 여야가 체포동의 찬성 당론까지 정하고 투표에 임했는데 과연 어떤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졌는지를 두고 정치권의 뒷공론이 무성하다.

이날 표결에서 반대표 14표를 제외하고도, 기권 11표와 무효 6표를 포함해 총 31명이 이 의원의 체포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합진보당 소속 6명이 반대표를 던졌을 것으로 계산하면 25명이 이 의원의 불체포특권 박탈에 반대한 셈이다. 이 의원이 대한민국 국회에 발붙여선 안 된다는 다수 여론에도 불구하고 통진당 의원들(6명)을 포함해 전체 의원(현 재적 298명)의 10% 이상은 이 의원의 체포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에서는 반대표가 나왔을 확률이 적다. 그동안 새누리당 내에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이날 표결에는 당 소속 의원 153명 중 모친상을 당한 정의화 의원과 구속된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151명이 참석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참석했을 정도로 구속 수사 여론이 강했다.

부정 경선 문제로 통진당과 극심한 내부 투쟁을 벌이다 분당한 정의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개연성은 낮다. 정의당 관계자는 “찬성 당론을 정했고, 내부적으로 반대 기류도 전혀 없었다. 정의당에서는 이탈 표가 한 표도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결국 25표의 반란표는 민주당에서 나왔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4일 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처리에) 기초적인 사법 절차와 국회 내의 절차가 생략돼 있다”며 절차적 부당성을 지적했다.

통진 손길 거부한 김한길 4일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는 민주당 의원총회장 입구를 찾아 부결을 호소하고 있다. 최재천 의원은 통진당 김선동 의원(왼쪽)의 손을 잡았지만 김한길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민주당의 이탈 표 가능성은 2일 본회의 회기 투표 과정에서 감지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문재인 유성엽 이인영 김용익 도종환 은수미 임수경 의원 등 7명은 표결에 기권했다. 일부 의원은 본회의 의사일정을 표결로 처리하는 것이 드문 일이어서 오해가 있는 상태에서 표결에 참여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김용익 의원은 2일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요구하기에는 사실 파악 수준이 미흡해 기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의원이 기권한 것에 대해서는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의 한 의원(노동계 출신)은 ‘왜 반대했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어떻게 그런 것을 질문할 수 있느냐”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이날 표결에는 민주당에서 이해찬 홍익표 김성주 최동익 의원 등이 불참했다. 양승조 의원은 본회의장에 늦게 도착해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무소속 문대성 의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출국해 불참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의로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져 보인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익명으로 진행돼 국민의 알 권리를 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법 113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이나 체포동의안처럼 인사(人事)에 관련된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법안의 취지는 의원들이 당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부정하면서 체제를 전복하려고 시도한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반은 유권자에게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4년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을 당시 열린우리당이 불체포특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처리에 한해 실명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한양대 전우현 교수(법학과)는 “국민의 대표이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비밀투표 권리 보장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며 “체포동의안 처리의 경우에는 기명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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