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만여명 희생 나치 최대 수용소 방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뮌헨에서 16km 떨어진 다하우 나치 강제수용소 추모관을 공식 방문했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1933년 6월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직후에 만든 독일 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정치범 수용소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유대인, 동성애자, 집시, 전쟁포로, 장애인 등 20만여 명이 강제로 수용돼 이들 중 약 4만1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이곳 수감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면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독일이 인종과 종교 등을 이유로 사람들의 생존권을 빼앗으며 얼마나 극단으로 치달았는지에 대한 이곳의 경고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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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희생자 추모에 나선 메르켈 총리의 모습은 같은 전범 국가인 일본과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종전기념일인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대신 공물 봉납이란 꼼수를 썼고, 전몰사 추도사에서는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 국민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의 방문은 과거 이 수용소의 수감자였던 막스 만하이머 씨(93)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은 총리의 방문을 “역사적”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다하우 수용소에 수감됐던 리투아니아 출신 아바 나오르 씨(85)는 “메르켈 총리의 방문은 독일이 그 당시 역사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 야당은 메르켈 총리의 속죄 행보를 다음 달 22일 예정된 총선 유세와 결부시키며 비난했다. 레나테 퀴나스트 녹색당 당수는 “만약 총리가 그 공포의 장소에서 진지하게 추모하고자 했다면 선거운동 기간에는 방문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독일 유대인 평의회의 디터 그라우만 회장은 슈피겔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총리의 다하우 수용소 방문은 나치의 범죄가 동유럽에서뿐만 아니라 바로 독일 안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며 “총리가 다하우에서 유세만 하고 추모관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메르켈 총리의 방문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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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