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 KDB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 상무
1년 365일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아시아의 불야성 홍콩. 하지만 젊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홍콩은 수년 전부터 고령화를 걱정하고 사회보장제도 정비에 고민해왔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세계에서 부동산이 가장 비싼 도시 중 한 곳인 홍콩에서 시민들은 어떻게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고 있을까.
○ 정부와 회사가 책임지는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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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년이 정해져있지 않다. 기업의 고용주가 직원들의 정년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직원들의 정년이 정해진다. 최저임금제도나 실업급여 등과 같은 복지의 기본적인 제도들도 없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처럼 국가가 나서서 재정관리를 하는 공적연금제도도 없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와 비슷한 강제성연금계획(MPF)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직장인들이 국가가 관리하는 국민연금, 직장 생활 중 회사와 분담하는 퇴직연금, 개개인이 판단해서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라는 3중 장치로 노후를 대비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단출하다.
2000년 12월부터 시작된 MPF는 이제 겨우 13년이 되었다. MPF 이전에 1993년 도입된 자발적 퇴직금제도인 직업퇴직계획(ORSO)이 있었지만, 공무원이나 교사와 같은 일부 직업군만 가입했을 뿐 가입비율이 낮아 실효성도 적었고 노후를 보장하는 장치라고 하기엔 너무나 부족했기에 홍콩정부가 고령화를 걱정하며 내어놓은 제도가 MPF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처럼 가입이 강제적이라 강적금(强積金)이라고도 불리는 MPF는 투자자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리고 투자수익을 얼마나 거두었는지에 따라 차별적으로 연금을 받는 구조다. 일반 직장인은 물론이고 자영업자 등 18세부터 65세까지 60일 이상 고용계약을 체결한 모든 근로자들은 필수적으로 가입해야만 하며, 납부금액은 근로자 소득의 10%를 고용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해서 납부한다. 자영업자는 소득의 5%만 부담하면 된다. 그리고 65세가 지나는 순간부터 연금을 지급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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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 노후 준비는 ‘옵션’
그렇다면 홍콩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홍콩 정부는 가입자 보호와 감독기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홍콩의 MPF는 시행 전인 1998년 MPF관리국(MPFA)이라는 전담기구를 출범시키고 내부통제 기준, 재무건전성 등 다양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수탁자를 심사·선정해왔다. 수탁자의 불법행위 및 직권남용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탁자들이 의무적으로 보장보험에 가입토록 했을 뿐만 아니라 600만 홍콩달러를 투입해 보상펀드를 설립하여 홍콩정부가 MPF 가입자에 대해 법적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줬다. 가입자들은 MPF가 강제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과 높은 물가수준을 자랑하는 홍콩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정작 부를 물려받지 않아도 정부의 강력한 주택공급대책과 철저하게 관리하는 MPF제도 두 가지만으로도 은퇴 후의 기본적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 후 생활에 대한 큰 근심 없이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재테크는 더 풍요로운 노후를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옵션일 뿐이다.
김종선 KDB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