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에는 여든을 넘긴 노시인의 것으로 생각하기 힘들 만큼 긴장감이 팽팽하다. 표제작 ‘시의 계절은 겨울이다’는 이번 시집에서 전통적 서정성이나 여유로움을 기대하는 독자들에 대한 정중한 선전포고다. ‘나는 근접하면 동상을 입는 세계의 극한을 찾는 여린 언어다…나의 언어는 우주를 횡단하며 휘어질 줄 모르는 별빛의 직선이다.’
세포나 병균을 고배율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새로운 소(小)우주가 눈앞에 펼쳐지듯 시인은 물리적 경치를 내면으로 잡아당겨 독자들에게 낯선 풍경을 펼쳐 놓는다. “시를 쓰는 일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을 다시 보는 일”이라는 시인의 시론(詩論)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차이를 껴안고 흐르는 강물에서도 시인의 눈이 치열한 정신을 볼 수 있는 까닭이다. ‘미세한 높낮이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는 섬세한 정신이 지상에 있다. 지상에서 상처 입지 않은 참된 정신은 없다. 경사면에서 활력을 얻는 물의 체질. 강이 끝을 가지지 않는 것은 움직임 자체가 자신의 끝이기 때문이다.’(‘시간의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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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