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 달라 사퇴 安 찾아와 만류… 생각 돌리기 어려워" 안철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 그만둔 최장집 교수
안 의원은 12일 오후 4시 5분경 홀로 최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지만 최 교수의 결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최 교수를 30분가량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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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안 의원에게 직접 그만두겠다고 했다. 내가 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이 달랐다. 정치 쪽의 많은 영역이 요구됐고, 정치적 활동이 넓어지니 연구소가 제대로 안됐다. 정당을 위한 기초작업, 정책 개발과 연구를 정치세력화와 동시에 한다는 건 굉장히 부담이 컸다. 또 안 의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제약이 많아지더라. 역기능이라고 할까…. 안 의원에게도 이런 얘기를 했다.”
―안 의원은 계속 만류하겠다는데….
“생각을 돌리기 어렵다.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한 말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던 걸로 들었다”며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최 교수의 말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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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때는 그랬지만 내가 합류한 이후에는 생각이 같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이제 정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도 그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말해놓은 게 있으니 180도 바꿀 수는 없는 것 같더라.”
최 교수는 지난달 말 민주당 의원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선거에서 정당의 책임을 묻기 모호하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을 의식해 안 의원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에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에게 조언은 계속 할 것인가.
“(이사장직 사임이) 현실정치를 멀리하면서 공부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밖에서 정책, 이념의 방향을 조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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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인들은 권력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회피하려 하는데 이 경우 리더가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가 크고 강할수록 권력의 필요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리더십도 나온다. 또 정당이 강하고 내실 있는 조직이 돼야 정치가 가능하다.”
―안철수 신당은 기존 정당에 도전장을 낼 수 있다고 보는가.
“안 의원의 정치적 실험이나 노력은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로부터 떨어져 있고 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밖에서 민주당의 개혁을 자극하고 좋은 경쟁자로서 성장하는 것이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잘되는 조직이라면 파국(이사장직 사임) 전에 조율돼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했으면 좋겠다.(웃음)”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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