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상승세 비결로 수비수들의 연속 공격 포인트 행진을 빼놓을 수 없다. 3일 수원 삼성과의 라이벌전에서도 김진규(왼쪽)-아디의 골로 9경기 무승의 꼬리표를 끊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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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수트라이커’ 김진규·아디가 밝힌 골 넣는 비결
김진규, 5경기 4골 1도움
“동영상보며 골 구질 파악…고3때 한 대회 7골 득점”
아디, 2연속경기 골맛
“뜬볼 슛 연결 내 주특기…공격진 좋아 나에게 찬스”
앞으로 FC서울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은 골치 아플 것 같다. 서울의 간판공격수 데몰리션(데얀+몰리나) 뿐 아니라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아디(37)와 김진규(28) 콤비를 막는데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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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3일 전남 원정(종료직전 김진규가 헤딩 결승골 작렬)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데.
김진규(이하 김) : 사실 그 프리킥을 직접 차려고 했다. 그런데 벤치에서 감독님이 손짓을 하더라. 감아 차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계속 소리를 지르며 골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시더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전으로 갔는데 헤딩 골을 넣었다. 내가 킥 직전에 들어와 상대 수비가 미처 막을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하하. 그 때부터 계속 헤딩으로 골을 넣고 있다.
-골 넣는 수비수의 비결을 조금이라도 공개해 달라.
김 : 처음에는 운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넣으니 골 냄새? 그런 게 느껴진다. 우리 팀의 키커 몰리나, 하대성의 구질이 다른데 그걸 파악해야 한다. 혼자서 비디오를 보면서 연구 아닌 연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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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맞다. 수원 전에서 나온 아디의 골은 정말 쉽지 않았는데 넣더라.
아디 : 진규가 앞에서 잘라 들어가며 상대를 유도해주니 공간이 나오는 거지.
김 : 앞으로 같이 인터뷰 자주 해야겠다. 이렇게 칭찬을 주고받으니 기분 좋다.
-어린 시절 공격수는 해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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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 : 브라질에서는 유소년 축구를 할 때 다양한 포지션을 다 해본다. 스피드가 있어 왼쪽 윙을 본 적이 있다.
-혹시 경기 전 세리머니도 준비 하나.
김 : 그렇지는 않다. 사실 수원 전 때는 골 들어가면 데얀, (김)치우 형이랑 세리머니 하려고 준비한 게 있었는데 못 했다. (뭐였나) 빠빠빠 춤이었다.(걸 그룹 크레용 팝의 최신 춤)
아디 : 골 넣으면 다른 거 없다. 무조건 뛰고 안는 거다.
-서울은 공격수들이 골을 계속 못 넣고 있다. 혹시 미안하거나 그런 마음은 없나.
아디 : 우리 공격수들이 실력이 좋아 너무 집중마크를 당하는 측면이 있다. 상대가 우리 공격수들만 따라다니다 보니 우리 수비수에게 찬스가 생기는 거다.
김 : 공격수들은 골 부담감이 크지 않나. 우리가 운 좋게 골 넣어 그 부담을 덜어준다고 생각한다.
-라이벌전에서 득점하며 승리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김 : 수원과 경기는 워낙 관심을 받다보니 실수를 해도 크게 부각된다. 수원 팬들이 그전에 나를 가리켜 ‘고맙다’ ‘수원의 13번째 선수다’고 비아냥거릴 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털어낸 것 같다.
아디 : 수원과 경기만 앞두면 다른 생각 안 든다. 무조건 수원 잡는다는 생각뿐이다. 이번에 징크스를 깼으니 앞으로도 쭉 이길 거다.
-수원을 이기고 나니 사실 서울은 수원에 약했던 게 아니라 윤성효 부산 감독(전 수원 감독)에게 약했던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7일 부산과 FA컵 8강이 있는데.
김 : 우리 팀은 올 시즌 초반과 완전히 달라졌다. 부산 팬들이 윤성효 부적을 들고 올 것 같은데 아무 소용없을 거다. 짐만 되지 않을까.
아디 : 감독 징크스라는 게 어디 있나. 그런 것은 없다. 우리가 진 거면 팀 전체가 단합이 안돼서 그런 거지 감독 문제가 아니다.
-올 초 부진할 때와 달리 이제 3관왕(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을 노리는 위치가 됐다.
김 : 힘들 때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믿어주시고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실점이 많을 때 수비수들에게 어떤 점이 작년과 달리 잘 못 됐는지 잘 설명해 주셨다. 감독님이 분석하시는 게 뛰어나다. 지금 분위기라면 3관왕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디 : 감독님은 분석도 잘 하시고 처방이 좋다. 무엇보다 선수를 믿어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된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최용수 감독이 아디를 ‘외국인 선수들의 팀장’이라고 한다.
아디 : 하하. 일단 4명의 언어를 다 구사하니까. 내가 서울에서 오래 있으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는데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말 잘 안 듣는 선수는) 데얀으로 자존감이 굉장히 강해 자기만의 행동, 방식이 있다. 하지만 대화로 다 통한다.
구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