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사이에 ‘9988234’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앓고 죽자’는 뜻이다.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는 소망 이외에 병치레를 오래하지 않고 편안하게 잠자듯 떠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그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권고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임종 과정의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전문 의학기술과 장비가 필요한 특수 연명치료가 대상이며 영양이나 수분 공급 같은 일반 연명치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 환자가 평소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혔거나 환자의 뜻을 알 수 없을 때는 가족 전원의 동의, 환자의 가족이 없을 때는 병원윤리위원회가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결정은 존엄사를 사실상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던 김모 할머니의 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린 후 4년여 만에 제도화하는 셈이다. 환자의 뜻과는 반대로 가족과 병원이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향후 입법 과정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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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가 기계장치에 의지해 무의미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인간은 품위 있게 죽을 권리가 있다. 한국은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환자에게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죽음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평소 가족과 대화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연명치료를 둘러싼 갈등이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