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피로감 때문일까.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구심점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사진)은 ‘우주개발이 국민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소 도발적인 말로 입을 열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우주개발에 관심이 큰 나라도 드뭅니다. 나로호만 해도 국민의 관심이 너무 컸습니다. 실패와 연기를 거듭하면서 과학기술 이슈가 정치사회적 이슈가 됐어요. 사실 나로호는 우리 힘으로 우주발사체를 만들기 위해 거치는 한 과정일 뿐인데 마치 연구원의 생사가 달려 있는 것처럼 돼 버리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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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이 이를 위해 내놓은 답이 바로 한국형발사체의 조기 개발이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발사체를 빨리 개발해 세계 발사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국형발사체의 가격경쟁력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로호를 준비하는 동안 세계 우주발사체 시장은 스페이스X의 등장으로 빠르게 재편됐습니다. 핵심은 누가 싼 가격으로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미국의 민간 우주발사체 개발 사업자인 스페이스X가 5t 규모의 위성을 정지궤도에 쏘는 데 받는 비용은 약 5500만 달러로 우주개발 선진국에 비해 반값 수준이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한국형발사체를 조기 개발해 스페이스X가 선점할지도 모르는 우주발사체 시장에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부품의 경량화와 양산 단가를 낮춰야 하는 만큼 추가적인 개발비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는 달 탐사에 대해서도 “발사체 조기 개발과 맞물려 있는 달 탐사는 우리가 만든 발사체를 검증할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이벤트”라며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발사체 개발과 함께 매우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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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