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8·15때 日역사인식 지적 불가피”… 美 유대인인권단체 “진의 밝혀라” 성명“아베 15일엔 야스쿠니 참배 안할것”… 8월 맞아 日정가 ‘전략적 후퇴’ 양상
마지못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1일 도쿄 지요다 구 재무성에서 기자들에게 “나치 발언을 철회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미리 종이에 적어온 내용을 읽으면서 자신의 발언을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힘주어 강조하듯 말할 때는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아소 부총리는 이날 도쿄(東京) 재무성에서 기자들에게 “나의 진의와 달리 오해를 초래하게 돼 발언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개정에 대해 침착한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며 “큰 소동에 휘말려 충분한 국민적 논의 없이 진행된 나쁜 예로(나치 사례를) 들었다”고 밝혔다.
아소 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직후 일본 국내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해외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한국 청와대와 외교부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당국자들은 “망언이 반복된다면 8·15 경축사 때 일본의 역사인식에 분명한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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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어떤 수법을 나치로부터 배울 가치가 있는가. 독일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아소 씨는 아는가. 진의를 명확히 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도 1일 “이웃국가들과 국제사회들이 일본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주시하고 경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비난이 잇따르자 아소 부총리는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치고 빠지기식 작전상 후퇴’로 잠깐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과거에도 망언을 되풀이한 일본 정치인들의 상투적인 수법이기 때문이다.
아소 부총리 자신도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2008년 8월 제1야당인 민주당을 ‘나치’에 비유했다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 민주당 간사장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은 뒤 “사실과 다르다”며 톤을 낮추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1일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당연히 가지 않아야 할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는 것을 굳이 평가해 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총리 본인은 가지 않더라도 각료 가운데 누군가 참배할 수 있고 총리 명의의 서한을 보낼 수도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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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은 미 캘리포니아 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이날 보도하며 “한국계 주민들이 헌금과 투표를 통해 미국 의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위안부 기념비는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별도의 사설에서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기까지 고노 담화가 논거를 제공했다. 고노 담화를 시작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극우들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조숭호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