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경제부 기자
기획재정부 직위표에는 154명의 간부들이 있다. 기자가 2005년 재정경제부(기재부의 전신)를 처음 출입할 때부터 지금까지 간부들에게 수장을 평가해달라고 하면 한결같이 “판단이 빠르고 통찰력이 뛰어난 리더”라고 답했다. 1등 리더로 치는 똑게이거나 최소한 차순위인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최근 리더십이 모자란다는 비판을 받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대한 내부 평가도 똑부다. 그동안 이 부처를 거쳐 간 장관이 모두 리더십이 있었겠는가. 다만 외부 평가와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수장을 이해하며 리더십 있는 인물로 만들려는 기류가 기재부 내부에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관료들이 리더를 이해한다는 말의 의미는 대체로 ①리더의 가치관에 공감한다 ②조직을 사랑한다 ③인간적으로 연민을 느낀다 ④리더와 한배를 탔다 ⑤상사니까 무조건 편을 든다는 5가지 범주에 든다.
지금 기재부 관료들은 ③, ④번의 이유 때문에 현 부총리를 이해하려 애쓰는 경향이 있다. 너무 많이 질타를 받아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데다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폐막한 G20 재무장관회의를 준비하면서 관료들은 현 부총리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많은 준비를 했다. 현 부총리가 이 계획에 따라 움직인 결과 ‘선진국은 출구전략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와 같은 핵심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담을 수 있었다. 조직원이 수장의 ‘섬세한 리더십’을 집단적으로 만든 사례다.
조직원이 리더를 이해하며 움직일 때 척박한 리더십에도 싹이 틀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 부총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단, 이런 ‘집단 리더십’을 만들려면 조직원이 리더에게 선택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리더에게 올린 선택지가 ‘경제 활성화’나 ‘서비스산업 육성’처럼 모호하다면 카리스마가 부족한 리더의 우유부단함만 부각될 뿐이다.
홍수용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