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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펑크패션, 위트+럭셔리 입고 컴백

입력 | 2013-07-18 03:00:00

황선아의 스타일포스트



펑크가 쿠튀르(고급 패션)을 만나 고급스럽게 재탄생했다. 모델이 기타처럼 생긴 핸드백을 멘 모습의 2013년 가을 겨울 ‘모스키노 칩 앤 시크’ 컬렉션(왼쪽)과 일탈적 옷입기를 선보인 ‘생 로랑’ 컬렉션(위).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발생해 영국에서 정착된 ‘펑크’는 기성사회의 권위에 반발하는 젊은이들의 저항의 표현이었다. 펑크는 하위문화의 대표적 스타일로 꼽히며 실업이 만연했던 당시 암울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갈등 정서가 패션으로 표현되다 보니 그 모습이 매우 반항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사회적 일탈을 패션을 통해 표현하려고 작심이라도 한 듯 충격적 ‘비주얼’이 특징이 됐다. 검정 가죽 재킷과 찢어진 청바지, 요란한 머리 모양은 기본이었다. 속박과 구속을 상징하는 체인과 안전핀을 몸에 두르고 꽂으면서 의도적으로 추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펑크는 곧 암담함, 반항 등과 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시간은 돌고 돌아 최근 다시 펑크가 컴백했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등장한 펑크는 훨씬 더 길들여진 모습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는 5월 초부터 펑크 전시인 ‘펑크 카오스 투 쿠튀르(Punk Chaos to Couture)’가 열리고 있다. 8월 14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스트리트 스타일의 펑크와 고급 맞춤 패션인 쿠튀르를 고찰한다. 펑크가 탄생 이후 현재까지 어떻게 고급 패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조명하는 것이다.

이 전시를 담당하는 앤드루 볼턴 큐레이터는 현대 펑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디자이너들은 펑크의 공격적 측면을 미학적 요소로 풀어내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실제 ‘오리지널 펑크’의 주요 상징물로 통하는 파이예트(금속조각), 면도날, 스터드(뾰족한 징) 등은 오트쿠튀르와 기성복에서 재미있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베르사체의 올가을·겨울 컬렉션에선 펑크의 어둡고 강한 느낌이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고급스럽게 표현됐다. 모스키노 컬렉션에선 ‘팝아트’를 연상시키며 장난스럽게 표현된 펑크 패션이 등장했다. 생로랑은 검정 가죽 소재의 라이더 재킷, 원피스, 워커를 연상케 하는 검정 부츠에 골드 소재의 체인 팔찌를 조합해 일탈적 옷 입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펑크 패션은 반항적이라기보다는 여유로워 보인다.

펑크 패션은 원래 소수 개성파가 사랑하는 ‘비주류 룩’이었다. 이런 펑크가 대중적 코드로 떠오르며 패션 트렌드로 주목받기 시작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일단은 유명 해외 브랜드들이 펑크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고 나선 점 때문이다.

요즘엔 고급 패션 트렌드를 선보이는 컬렉션에서 펑크가 ‘주류’로 떠오르니 하위문화라는 ‘신분’ 자체가 상향되는 느낌이다.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리드 크라코프는 미니멀한 패션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 역시 얼마 전 펑크에 영감을 얻은 주얼리 라인을 선보였다.

펑크의 공격적인 상징물들은 고급 소재로 가공되며 가죽 끈 펜던트, 알이 굵은 반지, 커프스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펑크에 쿠튀르를 입히는 작업은 여러 유명 디자이너 작업실에서 매 시즌 계속되는 중이다.

또 하나는 국내 아이돌 스타들의 영향이다. 올 초 앨범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를 발표한 소녀시대는 팝과 펑크 콘셉트의 앨범 재킷을 선보였다. 힙합과 펑크,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소녀적 감성이 더해진 콘셉트는 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얼마 전 한 유명 라이선스 패션 잡지는 화려한 펑크룩을 한 지드래곤과 태양의 화보를 14쪽을 할애해 내보내기도 했다. 대중에게 주목 받는 스타들과 매체 속에서 등장하는 펑크라는 키워드는 저급한 하위문화라는 부정적 코드를 희석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를 통해 대중의 일상 속에서도 가죽재킷, 야상, 레깅스 등의 아이템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제 펑크는 더이상 거칠거나 반항적이지 않다. 오히려 고급스럽고 매력적으로, 때로는 활기찬 생동감으로 반전의 매력을 발산하게 하는 주요 모티브가 되고 있다. 이제 모두 새롭게 돌아온 펑크의 매력에 주목할 때다.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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