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105개 공약 이행계획 5일 발표
與 황우여 대표 “민생현장으로” 3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가 열렸다. 여당 중진들은 “민생현장에 뛰어들어 경제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지역공약 105개 가운데 총 사업비 500억 원이 넘는 신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 “지역공약의 내용을 검토해 보니 국비가 투입되는 신규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본계획조차 안 세워놓고 중앙정부에 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이 되는 500억 원 이상의 지역공약은 원칙적으로 모두 재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직 기본계획이 서 있지 않은 대부분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은 앞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 신청과 승인, 실시설계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착공까지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사업들은 대거 축소,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또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더라도 일정상 상당수는 이번 정부에서 실행(착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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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세수(稅收) 부족으로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고 가까스로 ‘공약가계부’를 마련해놓은 정부로서는 수십조 원의 국비가 추가로 들어갈 수 있는 지역공약은 사실상 쳐다볼 여력도 없다. 여러 가지 사업 중 그나마 ‘비용 대비 편익’이 높은 것을 최대한 추려 중앙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한눈에 봐도 적자날 게 뻔한 사업을 어떻게 그냥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이 부분은 (새누리)당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5개 지역공약은 ①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한 사업 ②사업 규모가 작아 법적으로 예타가 필요 없는 사업 ③앞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예타도 거쳐야 하는 사업 ④예타를 했는데 부적절하다고 나와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사업 등 4가지로 나뉜다. 이 중 ①, ②번은 그냥 추진해도 되지만 이런 공약은 전체 소요재원 대비 1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 ③, ④번이 공약 구조조정의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신규사업에 해당하는 지역공약의 상당수를 이번 정권에서는 시작조차 못할 수도 있다”며 “지역공약 소요재원이 124조 원이나 된다며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가 지는 부담도 생각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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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역공약의 극히 일부만 우선 추진과제로 뽑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장기과제로 분류될 개연성도 커졌다. 특히 도로·철도 건설 등 덩치가 크고 민감한 사업들은 정권 말로 갈수록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공약을 지키겠다는 원칙만 강조했지, 실제로는 대부분 축소, 보류하는 분위기로 흐르면 해당 지자체나 정치권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진 과정에서 “그게 과연 공약 이행을 한 것이냐”는 정치적 논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정치인을 선거에서 뽑을 때 세부공약을 100% 지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대통령이 지나치게 공약 이행에 신경을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박완규 중앙대 교수는 “지역공약을 모두 이행하기로 결론을 내더라도 재정상태를 생각할 때 이번 정부에서 마무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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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