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만5000여개 중소건설사 대변하는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장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마저 줄면 전문건설업 종사자 188만 명은 사지로 내몰릴 수 있다”며 정부가 SOC 투자를 늘려 건설경기 활성화에 나서 주기를 호소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제공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61)은 14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세계 각국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SOC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SOC 예산 11조6000억 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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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구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사업, 오래된 상하수도나 지방도로의 개선, 재해방지시설 확충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건설경기 및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건설협회는 전체 공사를 관리하는 종합건설사에서 하청을 받아 골조, 인테리어, 조경 등 특정 분야 공사를 전담하는 중소건설사로 이뤄진 단체다. 현재 25개 업종의 4만5000여 개 전문건설사가 연간 건설공사 수주액(약 70조 원)의 70%를 하청 받아 시공하고 있다.
표 회장은 “현재 종합건설사 22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데 이들 기업 1곳에 딸린 하도급 업체만 300개가 넘는다”며 “수십 년 된 전문건설업체들이 연쇄 부도나는 상황에서 SOC 공사마저 줄면 전문건설업 종사자 188만 명은 사지로 내몰린다”고 하소연했다.
새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갑을(甲乙) 관계의 폐해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온 건설업계에서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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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 분리발주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금처럼 종합건설사에 SOC 공사를 일괄 발주하는 게 아니라 공정별로 따로 떼서 하도급 건설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분리발주가 되면 부실공사에 대한 책임을 가리기 힘들고 공사 품질이 떨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표 회장은 “부실공사 책임 문제는 지금의 발주제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분리발주가 도입되면 단가 후려치기, 이중계약 같은 불공정 관행뿐 아니라 공사 예산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공사의 20%만 분리발주해도 세부 공종별로 가격 경쟁이 이뤄져 지금보다 약 4700억 원의 예산이 줄어든다는 게 협회의 추산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대못 규제를 찔끔찔끔 뽑다 보니 지금 같은 장기침체에 빠졌다”며 “새 정부는 사후약방문 같은 정책보다 대못 규제를 과감하게 바꾸고 SOC 투자를 늘려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