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고객 늘며 맞춤형 메뉴 제공
무슬림 유학생에게 아랍식단 11일 오후 충남 아산시 선문대 학생식당 할랄푸드 코너에서 이기연 조리사(가운데)와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워홈 제공
○ 고객 노하우 접목해 ‘더 맛있게’
인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구내식당에선 4월부터 외국인 학생과 교수 가족이 선생님으로 나선 요리교실이 열리고 있다. 급식업체인 현대그린푸드가 외국의 전통 메뉴 레시피와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4월에는 파스타 제조 강연이, 지난달에는 중국 요리 강연이 열렸다. 현대그린푸드 우종민 조리사는 “그 나라에서만 쓰는 향신료 등을 한식 메뉴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영양팀과 아워홈은 이 병원 전용 암 환자식을 만들었다. 일반인이 먹어도 맛있는 환자식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특히 배춧잎을 만두피로 이용한 ‘숭채만두 전골’은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밀가루가 없어 배춧잎으로 만두피를 만들던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메뉴다. 프랑스 전통 야채 스튜 라타투이를 만들 때는 닭 육수를 첨가해 풍미를 더하고, 허브 오일을 뿌려 입맛이 없는 환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 환자에겐 고향음식 11일 오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식당 조리실에서 조리사와 영양사들이 러시아 환자 전용 식사를 만들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제공
기업과 학교, 대형병원에 외국인이 많아진 점도 급식의 다양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의 선문대 식당에서는 이슬람교도 유학생을 위해 ‘할랄 기준’(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통과한 식단으로 만든 메뉴를 제공한다. 무슬림 상점에서 구입한 재료로 ‘치킨 야채볶음밥’ ‘파인애플 볶음밥’ ‘커리’ 등 10여 가지 메뉴를 내고 있다. 유학생 압둘 아이어 씨는 “고향 집에서 먹던 맛을 학교 식당에서 즐길 수 있어 좋다”며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먹으러 오는 일도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러시아 환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전용 식단을 마련했다. 국내에 없는 향신료는 러시아에서 직접 들여와 당뇨식과 유동식은 물론 대장내시경 검사용 식단도 만들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고기나 야채 등을 넣고 튀긴 빵인 ‘피로슈키’와 만두와 비슷한 ‘뺄메니’가 특히 인기”라며 “러시아 전통 수프인 ‘보르시치’는 고향의 맛이 느껴진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 음식 기대치 높아졌기 때문
급식업체 메뉴개발팀 관계자들은 급식 품질이 향상된 건 음식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맛집과 전통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메뉴 개발에 힘써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영민 아워홈 메뉴개발운영팀장은 “메뉴가 나오는 순서와 사용되는 식기를 정하는 것은 물론 음식을 어떻게 연출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뉴를 개발하다 뜻밖의 소득을 거두기도 한다. 아워홈의 후식 ‘모닝 빵 콩가루 무침’이 그런 사례다. 모닝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려던 개발팀이 우연히 튀김 기름에 빵을 빠뜨렸는데 쫄깃한 도넛 맛이 났다. 여기에 콩가루를 입히자 근사한 후식 메뉴가 됐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회사 급식에서도 높은 기대치를 지닌 구성원이 늘어난다”며 “급식 수준이 높아지면 직원 사기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할랄푸드 ::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것을 증명하는 ‘할랄 인증’을 받은 음식. 무슬림들은 할랄푸드만 먹을 수 있다. 돼지고기, 동물의 피, 이미 죽은 고기, 알코올 등의 사용이 금지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