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화방지제 시장 세계 2위 송원산업 박종호 사장
해외 화학 업체의 OEM 업체였던 송원산업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 결정과 핵심 인재 영입으로 글로벌 화학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사진은 송원산업의 울산 매암공장 전경. 송원산업 제공
박종호 사장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송원산업은 독일의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인 바스프에 이어 세계 산화방지제 시장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2위 기업이다. 바스프는 연간 2조5000억 원 규모의 세계 산화방지제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외국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하던 기업이 수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 준비된 기업엔 불황이 기회
송원산업이 이처럼 위기를 계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다가 때가 오자 공격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사이 송원산업은 기민한 판단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산화방지제 시장의 글로벌 1, 2위 기업은 스위스의 치바와 미국의 켐투라였다.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던 켐투라는 경영 악화로 2009년 1월 미국 정부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호황기 세계 시장의 70%까지 차지했던 치바는 독일의 석유화학 기업 바스프에 인수됐다. 이들이 몰락한 것은 생산설비가 낙후된 데다 불황으로 투자를 계속 미루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송원산업은 방향을 전환했다. 2006년까지 외국 기업에 OEM 방식으로 수출했으나 회사가 성장하려면 자체 브랜드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7년 6월 연간 매출액의 절반 수준인 1200억 원을 투자해 울산 매암공장을 준공했다. 2000년대 초반 연간 8600t이었던 생산 규모를 5만5000t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회사 내부에서 반대 의견도 나왔다. “자금 여력도 없고 경제위기가 왔는데 투자를 늘리면 다 함께 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종호 사장 등 경영진은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다음 경기 호황기에 도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진투자증권 곽진희 연구원은 “동종업계의 글로벌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 중장기적으로 시장 환경을 내다보고 투자한 것이 결과적으로 기회가 됐다”며 “당시 투자가 2, 3년 전부터 이익으로 연결되고 재무상태도 빠르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송원산업은 시설에 투자한 것은 물론이고 외국 경쟁사의 핵심 인력들도 대거 영입했다.
2007년부터 인도, 중동, 미국 등지에서 가장 영업을 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지닌 외국인들을 스카우트했다. 송원산업에서 현재 중동 및 아프리카 영업을 담당하는 피터 플레밍 이사와 해외기술담당 클라우스 케캉투안 이사는 켐투라 출신이다. 사업전략담당 필리페 슐레퍼 부사장은 치바 출신이다. 송원산업은 영업 전략을 강화해 글로벌 화학업체 다우케미컬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세계 각지로 영업망을 넓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