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닥치고 공격)'이 아니라 '닥동(닥치고 동국)'.
5일 새벽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레바논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1-1로 비기자 일부 축구팬들은 이 같은 표현으로 비난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프로축구 전북 현대 감독시절 파워 넘치는 공격으로 '닥공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는 아시아 축구연맹(AFC)에 '셧업 어택(Shut up, Attack)'으로 소개됐고 아시아 축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혔다. 팬들은 이 사실에 빗대어 최 감독을 "이동국 밖에 모른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원 톱 스트라이커로 나선 이동국은 여러 차례 결정적 찬스를 놓쳤다. 팬들의 비난은 유독 이동국과 그를 기용한 최 감독에게 집중됐다. 팬들에게 두 사람은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그 만큼 최 감독은 이동국을 중용해왔다. 이동국의 대표팀 승선 논란이 벌어질 때 최 감독은 "이동국 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정면 돌파 했다. 이동국은 2011년 중동 팀으로부터 40억 원 이상의 이적료와 거액의 연봉을 제안 받았으나 최 감독과의 의리 때문에 가지 않았다. "빌딩 한 채 값을 날렸다"고 했던 그는 아내에게 "그 돈은 내 돈이 아닌가 보다"라며 위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의리와 보은의 개념을 뛰어 넘는 끈끈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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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11일 우즈베키스탄, 18일 이란 전 등 예선 두 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승점 11로 같지만 골득실에 뒤져(+6 vs +2) 2위를 달리고 있다. 승점 10으로 3위인 이란은 전통적으로 한국을 괴롭혀 온 강팀이다. 최 감독은 우즈베키스탄 전을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표현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카타르, 이란은 한국과 레바논 전을 남겨 놓았다. 카타르와 레바논이 상대적 약체여서 한국보다는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이 유리하다. 한국이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기면 조 1위가 된다. 한국이 남은 경기에서 1승 1패를 거둘 경우 우즈베키스탄과 이란 중 2연승하는 팀이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 골 득실까지 따져 조 2위를 노릴 수 있다. 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거쳐 이겨야만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꿈꾸는 이동국과 고사 끝에 대표팀 감독을 수락했던 최 감독. 팬들의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서로를 지나치게 믿은 것이 죄라면 죄인 두 사람 앞에 험난한 파도가 일고 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