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사회부 차장
퇴임 인터뷰에선 “법무부 장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핵심 법안을 모두 처리해 준 그를 모른 체했다. 홍준표는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싶다”고 했지만 ‘정권을 넣고 돌릴 수도 있는 사람’이란 걸 MB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홍준표 스스로도 “내가 MB 손아귀에 잡힐 사람인가. 내가 대통령이라도 나 같은 사람 안 쓴다”고 했다.
2011년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그는 다시 변방으로 밀렸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보궐선거로 경남지사가 됐다. 대표실에 걸었던 ‘척당불기(倜儻不羈)’ 액자는 도지사실로 가져왔다. 기개가 있고 뜻이 커 남에게 눌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의 좌우명이다. 독불장군으로 불리는 이유가 반쯤은 드러나는 글귀였다.
경남도청은 지금도 경찰버스가 24시간 울타리를 치고 있다. 문은 모두 봉쇄됐고, 신분 확인을 거쳐야 출입이 가능하다. 신관 건물은 철조망과 자물쇠로 둘러쳐져 있다. 공무원들은 몇 달째 계속되는 시위에 지쳐가고 있다. “군사독재 때 보다 더하다”는 비판에도 홍준표는 꿈쩍 안 했다. 급기야 93세 할머니를 포함한 환자 3명에게 “퇴원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놨다. 도정 책임자로서 철밥통 노조의 횡포를 두고볼 수만은 없었겠지만 방법이 거칠었다. 진보진영은 생명버스를 타고 '타도 홍준표'를 외치고 있다.
야당은 이참에 홍준표 ‘다리 하나’는 부러뜨리겠다는 기세로 덤비고 있다. 여당에서조차 “지방 정치인으로 잊혀지는 게 두려워 무리수를 뒀다”는 말이 나왔다.
내 생각이 옳으면 누가 뭐래도 밀어붙이는 게 홍준표다. 어떤 정치인보다 피아 구분이 분명하다. 소신이 지나치면 내 뜻이 정의(正義)이고, 그걸 반대하면 악(惡)으로 여기게 된다. 현실 정치에선 ‘나도 옳지만 너도 옳다’고 해야 지분도 늘고 우군도 생긴다. 그에게 우호적인 정치인들도 “홍준표에겐 주인의식이 없다”고 지적한다. 눈에 쌍심지 켜고 핏대를 세우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의 역할이다. ‘변방(邊方)’이란 제목의 자서전까지 내고도 ‘변방 DNA’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은 모양이다.
홍준표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다. 그는 사석에서 “정치인의 최종 목표는 국가경영”이라며 대망을 숨기지 않았다. 특권을 거부하며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는 그에게 기대를 거는 국민도 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빠진 뒤 당은 권력 진공 상태다.
박정훈 사회부 차장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