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F시설-북부순환도로 건설 등 놓고 곳곳서 市-지역주민 대립전문가들 “설득-논의 등 통해 지역 명소-모범 사례로 만들어야”
광주 도심에는 녹색 띠가 흐른다. 폐철도 용지를 숲으로 만든 푸른길 공원으로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역∼남구 진월동 동성중까지 7.9km를 관통한다. 푸른길 공원은 2002년부터 올해까지 나무 31만여 그루(46종)가 심어져 도심 허파 기능을 한다. 시민들은 1999년 폐철도 용지를 도로로 만들자고 했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은 공원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송인성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민들을 스무 번 넘게 만나 설득해 푸른길 공원 조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갈등을 극복한 푸른길 공원은 광주의 자랑이 됐다.
환경시설이나 도로·송전탑 등 각종 공공재 성격을 띠는 시설물 설치를 놓고 곳곳에서 갈등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재 설치 갈등도 충분한 설득과 논의, 타당한 피해 주장 등을 통해 극복하면 지역 명소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RDF 갈등 극복, 모범 사례 만들자
광주시는 2015년 상무소각장이 폐쇄를 앞두고 있어 RDF시설이 반드시 필요한 공공시설이라고 주장한다. 또 RDF가 환경오염시설이 아니며 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필수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완 광주시 기후변화대응과장은 “4월 시의회도 RDF사업에 동의했다”며 “RDF사업으로 인한 인근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 반경 2km 내에 460가구 주민 2500명은 “RDF 시설을 가동하면 광역위생매립장 사용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하루에 광역쓰레기매립장에 쓰레기를 버리는 차량 1000여 대가 마을 주변을 통과하고 있는 상황이 40년 더 늘어나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승진 광역위생매립장 주민지원협회체 위원장(68)은 “2005년 가동된 광역위생매립장을 30년 사용하면 문을 닫고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RDF시설이 들어서면 매립장 사용 기간이 총 70년으로 늘어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인근 대촌동 주민들이나 2015년 입주하는 효천지구 아파트 입주민들도 RDF시설에 부정적이다. 지역개발분야의 한 교수는 “다수를 위한 RDF시설의 필요성과 소수인 인근 주민들 피해도 모두 알고 있는 만큼 역지사지로 설득과 논의, 합리적인 피해 보상 요구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설계 끝난 뒤 다시 갈등
또 송전탑 이전이 확정된 뒤 갈등이 불거진 경우도 있다. 광주 남구는 진월동 12만7000m² 터에 진월운동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진월운동장에는 다목적체육관 테니스장 축구장 등이 조성된다. 진월운동장 건립으로 운동장 예정 터 가운데에 있는 송전탑 이설이 추진되고 있다.
송전탑 이설이 완료되면 남광주변전소부터 순환도로에 걸쳐 있는 송전탑 4기가 철거된다. 하지만 진월운동장 예정지의 송전탑과 가장 근접한 A아파트 주민들은 송전탑을 순환도로 밖으로 40m 더 옮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