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6월 사장 취임 1주년을 맞는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은 “올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한국 맥주는 맛없다’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을 꼭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그는 오비맥주에 영입된 직후 월말마다 맥주를 도매상에 쌓아놓는 일명 ‘밀어내기’를 없앴다. 밀어내기를 하면 회사의 월별 매출이 늘어나지만 재고가 쌓인다. 그 결과 생산한 지 두세 달 지난 맥주가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비맥주 본사에서 만난 장 사장은 “6개월간 쌓인 재고를 소진하느라 생산과 영업 실적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모험이었다”며 “하지만 소비자에게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고 시장의 오랜 관행을 깨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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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KKR·외국계 사모펀드)를 찾아가 밀어내기를 없앨 테니 일시적으로 매출이 떨어져도 이해해 달라고 했어요. 밀어내기를 근절한 뒤에도 1등이 되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죠.”
장 사장은 “밀어내기는 월별 매출 목표에 쫓기는 중간급 직원들은 절대로 깰 수 없는 벽”이라며 “톱(경영진)이 의지와 여유를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끝에 2011년 8월부터 오비맥주는 부동의 1위였던 하이트진로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장 사장은 “2등이 1등을 쫓아다니면 평생 2등지만, 2등만의 전략을 갖고 게임의 룰을 바꾸면 1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밀어내기 근절이 2등만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는 “주량은 나도 모른다”고 했다. 영업 일선에서 자칭 ‘영원한 을(乙)’로 살아온 장 사장은 술자리에서 상대에게 맞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나는 사람의 주량에 맞춰주는 것이 그의 진짜 주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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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된 뒤 공장 생산직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 사장은 지난 1년간 생산직 직원 750여 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 ‘한국 맥주 맛없다’는 생각 바꿀 것
올해는 오비맥주가 설립된 지 80년이 되는 해다. 장 사장은 “오비맥주가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한국 맥주는 맛없다는 생각을 꼭 바꿔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술은 그 나라의 음식문화에 맞게 발전하는 것이죠. 풍성한 한국 음식에 걸맞게 맥주도 부드러운 맛으로 진화한 겁니다. 소비자 기호의 문제이지 결코 한국 맥주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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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