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지 11년이 된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은 MBC ‘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인의 꿈을 이뤘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처음으로 느끼는 가족과 같은 전우애에 더 없이 큰 행복을 느낀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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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의 호주용병, 샘 해밍턴
한국 생활 11년째 호주출신 방송인
어릴적 꿈 군인됐지만 아직 고문관
공포영화처럼 무섭고 긴장된 촬영
김수로 형 등 새 가족 생겨 즐거워요
거구의 외국인이 대한민국 군인들과 줄을 맞춰 거친 숨을 내쉬며 아침부터 달린다. 관등성명을 버벅거리고, 그렇게 쉽던 한국어도 군대에서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안절부절 못한다.
올해로 한국 생활 11년의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36)의 최근 모습이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를 통해 어린 시절 꿈이었던 ‘군인’이 됐지만, ‘군생활’은 녹록치 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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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무시 못하겠더라. 군생활이 힘들 거라 생각은 했지만, 내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에 더 놀랐다. 나 혼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훈련도, 제한된 시간에 다같이 움직이려다 보니, 마음은 급한데 몸이 따라주질 않아 어렵다. 몸이 힘들다보니 스트레스도 심하다. 그래서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씻는 단체생활도 샘 해밍턴에게는 생소하다. 누군가와 이렇게 함께 지내본 경험이 없을뿐더러, 실생활에선 사용하지 않는 군대용어는 그를 매번 곤란하게 만든다. 가끔씩 말을 못 알아들을 땐 눈치로 분위기를 파악한다. ‘진짜 사나이’ 촬영을 앞둔 날은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분명 무서운데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버티면 분명 재밌는 일이 있으니깐 기대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샘 해밍턴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친구’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낯을 가리는 성격도 지금은 자신이 먼저 다가갈 정도로 변했다. “난 외아들인데 형제가 생긴 것 같아 좋다. 동생들은 챙겨주고 싶고, 형들한테는 배우고 싶다. 친구라는 우정을 넘어 가족이다. 집에 돌아오면 다 생각난다. 평생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나에게 이런 감정이 생길지 몰랐다.”
샘 해밍턴. 사진제공|MBC
방송에서 샘 해밍턴이 극찬한 ‘군대리아’와 ‘바나나라떼’는 “먹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에게 군대리아는 “아침에 먹고 나면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 음식이고, 하루에 한 번 꼭 마시는 바나나라떼는 “훈련에 지친 몸을 추스르게 해주는” 존재다. 특히 바나나라떼는 “250원 가치 그 이상”이라며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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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힘들 때마다 곁을 지켜주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러나 결혼 후 한국에 살아야 할지, 호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이다. 아이가 혼혈이라 받을 주변의 시선, 혹시 모를 학교에서의 왕따, 한국 교육의 그 치열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그에게는 적잖은 걱정거리였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