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제는 日에 묻길” 사실상 묵인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추진에 관한 질문에 “일본 헌법에 대한 문제는 일본 정부에 물어보길 바란다. 이는 일본 정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다”며 내정 문제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여러 차례 일본과는 주춧돌 동맹(cornerstone alliance)을 맺고 있으며 이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일본의 개헌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지속적으로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요구했다. 걸프전 때 일본은 미국의 파병 요청을 평화헌법을 내세워 거부했다. 그 대신 130억 달러의 막대한 돈을 내놓았지만 미국은 ‘전승국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했다. 이후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와 2003년 이라크 재건사업 때 “깃발을 보여 달라” “필드로 내려와라”며 자위대 파병을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개헌 논의의 토대가 되고 있는 일본 자민당 헌법 초안은 ‘주권자는 일왕이며 국민의 권리는 일왕이 국민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규정한 제2차 세계대전 전의 ‘일본제국 헌법’과 비슷하다. 1조에 일왕을 일본의 국가원수로 규정하고 3조에 군국주의의 상징인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국민들이 국기와 국가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9조는 전쟁 포기 조항을 삭제하고 국방군을 신설토록 하는 한편 국민이 국방에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해 징병제 실시 근거도 확보했다.
일본의 우익세력은 이 기회에 패전 전의 ‘강한 일본’으로 회귀하는 주춧돌을 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쿄=배극인·워싱턴=신석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