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4개월 된 대전문학관
10일 열린 대전문학관에서 막이 오른 ‘작고문인 회고전’ 개막 행사를 방문한 시민들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대전문학관 제공
○ 활기차게 피어오르는 대전문학
대전문학관은 지난해 12월 동구 용전동에 문을 열었다. 지상 2층, 지하 1층, 야외문학관에 걸쳐 1100m² 규모. ‘토지’의 박경리나 ‘혼불’의 최명희 같은 대문호가 없는 대전에서 과연 문학이란 어떤 의미일까. 문학관을 찾아가면서 내내 이런 의구심이 생겼다. 하지만 문학관을 둘러보면서 대전 문학의 활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의 문인 모임은 60여 개나 된다. 1951년 발족된 ‘호서문학’은 국내에서 꼽히는 최장수 동인지다. 문학이 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갑남을녀의 삶의 표현양식이라고 할 때 소수 대문호의 걸작에만 집착할 바는 아니었다.
한밭, 우암, 호연재, 서포, 갑천 등의 이름을 내건 대전의 각종 문화제에서는 문학의 밤과 시화전, 백일장, 시낭송회가 열린다. 박용래, 한성기, 정훈, 대전, 호서 등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그 열기를 돋운다. 대전 문학의 원류로는 한글창제 학자인 박팽년, 조선후기 4대 문장가인 신흠, 송자(宋子)라 칭송받는 송시열 등을 꼽을 수 있다. 조선 규방문학의 명장인 김호연재는 여성문학의 진수다.
문학관 전시실에서 대전 문학의 흐름과 문인들의 발자취를 알아보고 문학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박헌오 관장은 “대전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육필원고와 유품, 작품집 등 2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며 “시인 이재복의 아들인 이동영 우송대 교수가 기증한 육당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와 ‘108번뇌’ 초판본, 정지용의 ‘산문’ 초판본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많이 머문다”고 전했다.
○ 시비, 문학유적, 대청호 500리길…
대전시민이 많이 찾는 보문산 사정공원 한쪽에는 박용래 시인의 ‘저녁눈’이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대전에는 이를 포함해 ‘서포 김만중 문학비’(유성구 전민동) 등 18개의 문학비가 있다. 하나씩 찾아가 문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대전문학의 진수가 한눈에 보인다. ‘단재 신채호 선생 생가’(중구 어남동)와 ‘정훈 시인 옛 가옥’(중구 대흥동) 등은 ‘문학 여행 코스’가 될 수 있다. 문학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송시열 선생을 기념한 ‘우암사적공원’이 있다. 아름다운 호반을 만끽하면서 시 한 수 지어볼 요량이라면 대전시에서 지정한 ‘대청호 500리길’을 추천한다.
문학관에서는 ‘토요일은 문학과 놀자’와 ‘꿈다락 토요 문화’ 등 창작수업을 해볼 수 있는 문화학교가 열린다. 올해 적지 않은 행사가 마련돼 있다. 우선 문학관 운영 주체인 대전문화재단(대표이사 박상언)이 한국문학관협회와 공동으로 이달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행복한 문학생활’을 주제로 ‘제1회 전국문학관대회’를 연다. 연말까지 ‘출향 문인전’ ‘명사 시화전’ ‘원로문인 회고전’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042-621-5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