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벌초 힘들고 멧돼지 습격에 골머리…선산 관리 고육책… 인조잔디 깐 곳도성균관측 “잘했다 하기는 어려울 것” 담당공무원 “규정 위반여부 검토”
24일 전남 고흥군 한 야산의 문중 선산에서 묘 9기와 그 주변이 시멘트로 덮여 있다. 광남일보 제공
24일 전남 고흥군의 한 마을 입구에 자리한 야산. 300m²(약 90평) 넓이 한 문중의 선산 묘 12기 중 9기가 시멘트로 덮여 있다. 봉분은 물론이고 그 주변까지 온통 흰색이다. 해당 선산은 100여 년 전 조성된 것이다. 최근 봉분과 주변 잔디에 시멘트를 입히는 데 1700만 원 정도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로 덮인 9기는 해당 문중 장손 A 씨의 직계 조상 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가 덮이지 않은 3기는 A 씨의 친인척 묘로 그 자식들이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마을 이장 B 씨(75)는 “이달 5일 한식 때 선산에 시멘트 입히기 공사를 했다”며 “A 씨가 조만간 시멘트 위에 풀색 페인트를 칠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고령인 자신도 해마다 3차례씩 벌초를 하지만 갈수록 힘이 들고 최근에는 멧돼지 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A 씨의 행동이 이해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전남 해남군의 일부 묘지도 봉분을 제외한 부분에 시멘트가 입혀지는 등 농어촌에 시멘트 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묘에 인조잔디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잡초가 많이 자라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고흥군 풍양면 한 문중 납골묘 내 7m²(약 2평)는 사시사철 푸른 인조잔디가 심어졌다.
시멘트 묘 등장을 놓고 갑론을박도 벌어진다. 성균관의 한 관계자는 “딱히 뭐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잘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성묘 때 묘에 뿌린 술 냄새를 맡고 멧돼지가 묘를 파헤치는 만큼 제사 술을 뿌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시멘트 묘를 조성할 바엔 화장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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