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변호사 사망관련 러 18명 비자 거부러, 관타나모 책임자 등 18명 제재 맞불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상대방 국가의 ‘인권침해자’들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주고받았다.
칼은 미국이 먼저 꺼냈다. 미국 정부는 12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인권법인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18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금융거래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러시아 변호사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는 16명이 포함됐다.
그러자 13일 러시아 외교부는 “러시아를 혐오하는 미 의원들의 압력에 미 정부는 미-러 관계와 상호신뢰에 큰 타격을 줄 조치를 취했다”고 비난하며 똑같이 18명의 미국인 제제 대상을 발표했다. 데이비드 애딩턴 전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과 전 관타나모 수용소 책임자 2명 등이 제재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미국에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이 아니라 마그니츠키 사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 통신은 “양국이 상대국의 현직 고위 관료들을 제재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서로 자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토머스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국의 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 대변인도 미국의 제재조치를 비난하면서도 “양국 간에는 발전시켜 나가야 할 많은 사안이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