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부실 인사(人事) 사태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자료 같은 자료가 아무것도 없었다. 각 기관에서 보내온 자료를 모아 검증했는데, 그 자료에 없는 사항들이 나와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인사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진전된 자세다. 하지만 인사 검증 부실을 자료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최근 인사 논란은 ‘수첩인사’ ‘밀봉인사’로 알려진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강하다.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빨리, 그리고 진솔하게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총리 및 장차관급 후보자 6명이 도덕성 문제 등으로 낙마한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작 사과했어야 했다. 지난달 30일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변인을 통해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17초 대독 사과’ 논란에 휩싸여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이번 사과는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야당 지도부 앞에서 한 것이다. 야당에 대한 사과가 곧 국민에 대한 사과라고 확대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과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기왕에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국민에게 먼저 사과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인사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임 대통령 때 만들어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청와대 존안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정권 교체 후 현직 대통령마저 볼 수 없도록 봉인되는 것은 문제다. 법을 고쳐서라도 공적인 용도에 한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청와대 존안자료에는 사생활 정보 등 민감한 내용들도 들어 있는 만큼 정치적 악용 가능성은 차단해야 한다. 사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박 대통령은 인사 방식을 바꾸고 검증을 강화함으로써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