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에 2집 ‘선명’ 낸 어쿠스틱 팝 듀오
둘 다 9월에 태어났다. 그래서 ‘가을방학’. 9일 오후 서울 양화동 선유도공원에 바람이 불었다. 벚꽃도 피었다. 이들은 “우리 음악은 그래도 가을에 제일 잘 어울린다”고 고집을 피웠다. 왼쪽부터 계피, 정바비.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어지간한 아이돌 그룹 앨범도 1만 장 팔기 힘든 요즘 가요계에서, TV에 거의 안 나오는 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정바비·34, 계피·29)은 1집(‘가을방학’·2010년)을 2만 장 가까이 팔았다. ‘동거’ ‘취미는 사랑’ 같은 섬세한 곡들 틈에서 슬픈 발라드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가 특히 입소문을 탔다. 라디오의 인기 신청곡이 됐고 20, 30대 남녀의 ‘브레이크업 앤섬’(break-up anthem·애청되는 이별 노래)이 됐다.
9일 오후 서울 양화동 선유도공원에서 만난 가을방학 멤버들은 2년 반 만의 정규앨범인 2집 ‘선명’(8일 발매)을 건넸다. 작곡자 정바비는 타이틀 곡 ‘잘 있지 말아요’를 가리켰다. “이별 노래에 꼭 맞는 멜로디를 몇 년째 품고 있었어요. 어느 날 이성복의 시 ‘편지’를 읽다가 ‘잘 있지 말아요’란 말이 맘에 들어왔죠.” 그는 “‘아이 윌 서바이브’(글로리아 게이너·1978년) 같은 결정적인 브레이크업 앤섬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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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제목 ‘선명’에 대해 정바비는 “가사에 직설적 표현이 많고 음악적 고저도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집과 비교하면? “1집은 생각보다 너무 밝고 산뜻하게 나와 당황스러웠어요. 2집은 어두운 부분까지 포함한 가을방학의 색깔이 고르게 담긴 앨범이죠.”(계피)
계피는 “이번 앨범에서 보컬리스트로서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을 지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예전엔 표현하고픈 게 없어서 덤덤했나 봐요. 이번엔 노래하며 스스로 격앙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바비는 새로운 음악적 장치를 추가했다. 12현 기타(‘좋은 아침이야, 점심을 먹자’), 페달 스틸 기타(‘언젠가 너로 인해’), 만돌린과 전자 노이즈(‘소금기둥’), 내레이션(‘삼아일산’)이 곡의 뉘앙스를 다변화한다.
2집은 주요 인터넷 음반 매장에서 아이돌 앨범을 제치고 일간, 주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대안(代案) 가요’라 불러도 될까. “‘취향 가요’ 어때요? 계피와 저도, 팬들도 취향으로 뭉쳤죠. 저희 음악이 기존 가요의 관습에서 좀 어긋나 있다지만 누군가 좋아해주지 않으면 저흰 못 살아남아요.” 정바비는 “가을방학이 비치보이스처럼 공연에 다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명곡을 많이 지닌 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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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