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점유율 1위 오비맥주 ‘블루걸’
오비맥주가 생산하는 맥주 ‘블루걸’이 홍콩 맥주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4일 홍콩 노스포인트 하버그랜드홍콩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마이클 글로버 젭센그룹 음료부문 사장(왼쪽)이 박철수 오비맥주 전무에게 수출 25주년 기념 감사패를 줬다. 오비맥주 제공
25년 전인 1988년 독일 맥주 ‘블루걸’을 홍콩에서 판매하던 유통회사 젭센그룹의 고민이다. 블루걸은 19세기 홍콩에 처음 소개됐고 젭센그룹은 1906년 이를 인수했다. 유럽 맥주 특유의 쓴맛이 매력적이라는 평도 받았지만 신선한 느낌이 덜하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독일에서 생산해 홍콩까지 오다 보니 물류비도 비쌌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시장 진출도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존폐의 위기였다.
현재 블루걸은 홍콩 맥주시장 점유율 1위다. 1988년 1∼2%이던 시장점유율은 22.4%(지난해 9월·수량 기준)로 치솟았다. 2위 맥주 브랜드 ‘스콜’(10.4%)의 2배 이상이다. 25년 동안 ‘파란 소녀(블루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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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이 고작 1∼2%이던 맥주가 세계 유명 맥주들이 경쟁하는 홍콩시장에서 ‘넘버 원’이 된 배경에는 오비맥주가 있었다.
김대종 오비맥주 해외영업본부장은 “1988년 당시 신선한 맛을 위해 블루걸을 만들어줄 아시아 국가를 찾던 젭센그룹 관계자들이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오비맥주(당시 동양맥주)의 맥주 제조 전문가(브루 마스터)들을 알게 됐고 그 인연으로 오비맥주가 블루걸을 제조해 수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점유율 1위 오비맥주 ‘블루걸’
블루걸은 2007년 홍콩 맥주시장에서 처음으로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6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25년 전 47만 상자(500mL 20병들이 기준)였던 오비맥주의 수출량은 지난해 411만 상자로 9배 가까이 늘었다. 블루걸의 성공은 오비맥주에도 전환점이 됐다. 현재 오비맥주는 홍콩 이외에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베겐브로와 노이에벨트, 데스터 등 10개 맥주 브랜드 제품을 OD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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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버 사장은 “아시아 맥주 중에서 한국 맥주가 가장 신선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 맥주가 최근 맛없다는 비판을 받는 데 대해 “그만큼 맥주의 인기가 한국에서 높아졌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나타난 현상”이라며 “한국 맥주업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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