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로켓 싣고 바다에서 발사” 한국, 우주의 문 여는 열쇠 찾다美 롱비치 ‘시론치’ 현장 가보니
적도 인근 해상에서 시론치용으로 변형된 ‘제니트-3SL’이 해상 발사대를 박차고 올라가고 있다. 시론치 제공
○ 35차례 쏘아올려 31차례 성공
존 리드먼 시론치 수석매니저가 배에 오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여객선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로켓 발사를 지휘하는 관제실이 있다. 이 배가 발사 지휘선인 셈이다. 발사 한 번에 필요한 기술진은 최소 240명. 이들의 개인 숙소와 긴 항해에 대비한 체력단련실도 갖췄다.
리드먼 수석매니저가 지휘선 옆에 정박한 또 다른 선박으로 데려갔다. 검은색 기둥 여러 개가 다리처럼 바다로 내리뻗은 모양새가 원유 시추선을 닮았다. 10층 높이의 선박 꼭대기에 다다르자 평평한 갑판이 나왔다. 그는 “발사 지점에 도착하면 지휘선에 실려 있던 로켓을 이 배로 옮겨 발사대에 세운다”며 “이 배가 시론치 발사장”이라고 말했다.
시론치는 1999년 처음 시험발사에 나선 뒤 지금까지 로켓을 35차례 쏘아 올렸다. 그 가운데 31번을 성공시켜 발사 성공률이 90%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06년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를 시론치로 쏘아 올렸다.
○ 조선+우주 기술…한국에 좋은 모델
시론치는 자국의 안보와 밀접히 연관된 탓에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우주 산업계의 불문율도 깨뜨렸다. 우크라이나는 제니트 로켓을 시론치용으로 변형해 ‘제니트-3SL’을 제작해 제공했다. 제니트-3SL은 길이 약 60m의 3단 로켓으로 나로호처럼 케로신(등유)을 연료로 쓴다. 제니트-3SL을 장착할 발사대는 러시아 최대의 우주기업인 에네르기아가 맡고,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보잉은 마케팅과 시스템을, 노르웨이는 선박 두 척을 제작했다.
더군다나 시론치는 조선기술과 우주기술을 융합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리드먼 수석매니저는 “한국은 최근 나로호를 성공시키며 로켓 발사 능력을 입증했다”면서 “한국의 조선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시론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롱비치=이현경 채널A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