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서울 마포구에서 PC방을 운영했던 유모 씨(42)는 PC방의 퇴조 원인을 묻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거론한 이유는 공급초과 외에도 많았다. 도심 곳곳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커피전문점, 전국에 깔린 초고속인터넷과 무선인터넷 환경, 젊은이들 손에 쥐어진 스마트기기, PC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몫했다는 얘기다. 실제 자녀가 PC방에서 노는 것을 좋아할 만한 학부모는 거의 없다.
PC방의 퇴조는 통계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백서에 따르면 PC방은 2009년 전국적으로 2만1547개가 있었지만 2010년엔 1만9014개, 2011년에는 1만5817개로 매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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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우외환 PC방, 살아나나
PC방 업계는 지난해 연간 1조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4만여 명을 헤아리는 고용인원은 온라인게임에 이어 전체 게임시장 2위에 해당한다. PC방은 신작 게임을 가장 값싸고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PC방은 국내 게임업체와의 관계에서 ‘을(乙)’이었다. 게임업체들은 PC방을 단순 수익원으로만 생각할 뿐 동등한 사업파트너로 여기지 않았다. 업주들은 특히 줄곧 PC방의 게임 접속료를 올리기만 해온 온라인게임 회사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PC방을 다시 게임의 주요 유통채널로 대우하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가져온 업체는 한국 게임회사가 아니었다. 2011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기 시작한 미국의 라이엇게임즈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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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후발주자인 라이엇게임즈는 국내 PC방 시장점유율 1위(2013년 3월 기준 34.4%)를 달릴 정도로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오진호 라이엇게임즈 아시아대표는 “미국 본사조차 ‘인터넷 카페’라는 말 대신 한국에서 쓰는 ‘피시방’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정도로 PC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 게임사들 속속 PC방 상생전략 발표
라이엇게임즈가 성공하자 전통적 온라인게임 강자인 미국의 블리자드와 넥슨, 엔씨소프트, NHN, 네오위즈 등 국내 4대 메이저 업체도 PC방과의 상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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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도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PC방 레벨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PC방 자율 게임대회를 지원하고 넥슨 직원들이 직접 PC방을 찾아 청소하거나 PC용 부품을 교체해주는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넥슨 가맹 PC방에 대해 6개월간 50%의 요금 감면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PC방 사업자들의 연합체인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의 최승재 이사장은 “PC방이 게임산업의 주요 인프라이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인프라가 돼야 한다”며 “PC방이 살아야 국내 게임산업도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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