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순방지로 중동을 택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흘간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23일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출발 전부터 “이번 방문에서 중동평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은 없고 상대국의 얘기를 듣는 ‘청취 순방’이 될 것”이라며 기대 수준을 낮춰놨지만 정말 아무런 성과 없이 귀국하자 “말만 화려했던 관광 여행”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 등 다양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0년 가자지구 교전 때 터키 인권운동가 사망으로 갈등을 겪는 이스라엘과 터키의 화해를 중재한 것이 그나마 유일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1948년 건국 후 이스라엘을 방문한 미국대통령은 오바마를 포함해 리처드 닉슨,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5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중재가 어렵기 때문. 집권 1기 4년 내내 이스라엘 방문을 피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불편한 관계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스라엘을 찾았지만 이-팔 분쟁의 핵인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과 ‘두 국가 해결안’ 문제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란 문제에도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는 기본 입장만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이스라엘 학생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의 이스라엘 안보 공약을 확인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는 명연설로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마틴 인다이크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는 “만약 (연설 내용대로) 중동 평화가 가능하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이번 방문을 “미국과 이스라엘 간 뜨거운 사랑의 목욕”이라고 꼬집으며 “달콤하고 지적인 언변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광고 로드중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중동 분석가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중동평화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사전정지 작업 차원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관계 회복, 이스라엘에서 미국 이미지 제고, 미국 내 친이스라엘 대통령 이미지 구축이라는 3대 과제를 완수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