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완 사회부 차장
그런 임 순경이 일을 크게 저질렀다. 3일 새벽 이태원에서 도주하는 미군 차량을 쫓아가 실탄 3발을 쐈다. 임 순경을 태우고 추격전을 벌였던 택시 기사는 “총 쏜 것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경찰병원에 입원한 임 순경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뭘 두려워하느냐고. “초짜 순경이 조직에 폐를 끼친 것 같아 한 말이지, 총 쏜 것 자체를 걱정하지는 않아요.”
이 사건 이후 임 순경은 ‘경찰의 체면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한미군 사건 앞에만 서면 무기력해지는 경찰의 이미지를 바꿨다는 평가도 나온다.
순경 출신은 전체 경찰 10만2386명 가운데 95%를 차지한다. 나머지 5%가 경찰대 간부후보 고시특채 등 3대 경로로 들어와 고위직을 장악한다. 경찰청은 권력의 주류인 5%의 인력구조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3대 경로 출신자를 줄이고 로스쿨 출신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고위직 일부를 순경 출신에게 할당하는 쿼터제도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현돼도 순경 출신이 고위직으로 올라가기란 무척 힘들 것이다. 고위직을 독점한 이들이 순경 출신에게 쿼터를 대폭 늘려줄 이유가 없다.
경찰 업무의 특성상 계급과 서열은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순경과 간부를 따로 뽑는 투 트랙(Two Track) 채용 방식이 낳은 부작용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순경 출신에게 드리워진 유리천장은 사기 저하의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능력 위주의 과감한 발탁인사를 하는 요즘 추세에 비춰 볼 때 경직적이다 못해 촌스럽기까지 하다.
순경 출신들이 유리천장을 뚫기 위한 몸부림은 눈물겹다. 고된 현장근무를 마치고 고시원에 가서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순경이 많아진 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학력 측면에서 간부에게 꿀릴 것 없다는 자신감도 이들을 고시원으로 이끈다.
수험서와 씨름하는 경찰이 늘수록 민생현장이 불안해진다. 경찰 스스로 심각하게 걱정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경찰 수뇌부는 5%를 어떻게 배분할지에 골몰한다. 95%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질 않는다. 이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면 임성묵 같은 유능한 순경 출신들의 고시원 행렬을 막을 수 없다. 국민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경찰은 주로 순경 출신이다. 미래를 불안해하는 경찰을 국민은 어떻게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