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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기구로 교황얼굴을? 만든 이유 보니…

입력 | 2013-03-21 18:35:00


콘돔으로 만든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초상화. 출처 : nikileejohnson.wordpress.com

미국의 한 20대 예술가가 최근 퇴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초상화를 콘돔으로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사는 여류 예술가 니키 존슨(25)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홈페이지(nikileejohnson.wordpress.com)에 최근 작업한 작품 사진과 작업 일지를 올렸다.

작품명은 '에그 베네딕트'(Eggs Benedict)다. 서구에서는 데친 달걀을 구운 영국 머핀과 햄 위에 올리고 네덜란드 소스로 덮어 만든 요리 이름으로 통하지만, 그는 다르게 사용했다. 달걀을 뜻하는 에그(egg)에는 부추긴다는 뜻도 있다. 그는 보수적인 가톨릭교회의 수장을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다.

작품의 동기가 된 것은 지난 2009년 3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했던 말이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베네딕토 16세는 "아프리카의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확산을 막는 데 콘돔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혀 세계적인 비판을 샀다. 교황은 2010년 '매춘부'에 한해서만 콘돔 사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인간적인 성생활을 강조하며 콘돔 같은 인위적인 피임기구 사용을 반대해 왔다.

콘돔 사용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입장을 바꾸고 싶었던 존슨은 콘돔으로 교황의 초상화를 만들 생각을 한 것이다. 철사를 격자로 맞추고 틀을 만든 뒤 격자 사이사이에 형형색색의 콘돔을 키워 모자이크식으로 만들면 멋진 초상화가 될 것 같았다.

2009년 5월 존슨은 건강 단체의 도움을 받아 콘돔 6000개를 기부받고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정도 콘돔으로는 교황의 얼굴을 디테일하게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망설이는 사이, 콘돔 고무가 찢어지거나, 일부는 색이 바랬다. 작업은 결국 중단됐다.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에그 베네딕트'를 잊지 않았던 존슨은 최근 비윤활성 콘돔 1만 7000여개를 구해 작업을 재개했다. 결국 가로 1m 세로 1.3m 규모의 멋진 초상화가 완성됐다.

존슨은 홈페이지를 통해 "앞으로 교회가 성적 다양성과 성 건강에 대해 좀 더 개방적으로 토론하길 바란다. '에그 베네딕트'가 촉매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존슨의 '기발한' 작품은 셔우드패치 등 몇몇 미국 매체를 통해 지난 19일 보도됐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환영을 받은 건 아니다. 교회 수장을 우스개로 만들었다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존슨은 "작품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는 흥미로웠다. 몇몇 사람들은 내게 무함마드(이슬람교 창시자)의 초상화를 그려보지 그랬느냐며 분개했다"며 "하지만 멋지게도 미국은 표현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가 있다"고 허핑턴 포스트에 20일 말했다.

콘돔으로 만든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초상화. 출처 : nikileejohnson.wordpress.com

존슨은 사람들이 초상화에서 아름다움만 찾지 말고, 메시지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교회와 세계가 에이즈 예방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사람들은 성 건강에 대해 포용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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