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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 해놓고… 청와대 일각서 ‘교체론’ 군불때기 나서

입력 | 2013-03-21 03:00:00

헌법에도 임기명시된 독립적 감사원장




청와대 일각에서 헌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 교체를 시사하는 움직임이 일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유임이 예상되던) 경찰청장도 바뀌지 않았나. 일단 지켜보자”고 말해 양건 감사원장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철학 공유’를 위해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감사원장 교체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한 바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헌법에 4년으로 명시돼 있으며 양 원장의 임기는 아직 2년가량 남았다. 그리고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역대 감사원장은 총리 발탁과 정년퇴직 등을 제외하고는 임기를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정년퇴직 사례는 김대중 정부 시절 한승헌 전 원장으로 당시 정년(65세)에 걸려 1년 반 만에 그만둔 바 있다. 이후 감사원장 정년은 70세로 연장됐다.

대개 임기가 보장됐지만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김영준 원장이 물러나고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전윤철 원장이 사퇴하는 등 정치 현실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둘 다 4년 임기를 마치고 정권 말 한 차례 연임한 다음에 물러난 것이어서 양 원장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헌법학자로서의 소신에 따르면 당연히 임기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교체 의사를 갖고 있으면 감사원 업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그런 것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양 원장은 조직을 생각하면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기가 2년이나 남은 감사원장이 교체되면 이것이 선례가 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장이 물러나야 하고 결국 감사원의 생명인 ‘정치적 독립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