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한국 마라톤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2000년 이봉주가 낸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은 14년째 난공불락이다. 2011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로 국내 우승한 정진혁(한국전력) 외에 대부분 2시간10분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김완기와 황영조(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이봉주(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김이용 등 2시간 7, 8분대 선수가 많았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1가구 1자녀 시대로 운동선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비인기 종목인 마라톤은 저변이 더 얇은 측면도 있다. 선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있는 선수를 체계적으로 관리 못하는 시스템도 문제다. 그동안 ‘제2의 황영조’로 불리는 유망주가 많이 나왔지만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그 속에서 성취감을 찾게’ 만들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분석한다. 외적인 힘보다는 자발적으로 훈련하게 만들어야 ‘극한’의 한계를 잘 극복한다는 얘기다. ‘공무원 선수’ 가와우치가 코치 없이 혼자 훈련하면서도 좋은 기록을 내는 이유는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한육상경기연맹도 나서야 한다. 연맹이 단기적인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를 키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소속팀도 움직인다. 한국 마라톤이 가야 할 길이 아주 멀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