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재기·장보기 등 생활소재로 흥미 돋워줘야”
‘수학의 神(신) 엄마가 만든다-유아편’을 펴낸 임미성 씨.
하지만 이 같은 고민을 지닌 학부모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타고난 수학 수재로 보이는 학생들 중 상당수는 ‘문제집 씨름’이 아닌 놀이, 독서, 체험 등 생활 속 활동을 통해 일찍이 수학에 흥미를 붙였다는 점. 유아·초등생 때 자녀가 수학에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에 따라 이후 자녀의 수학 성적이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교육의 도움 없이 초등 4학년 때부터 각종 수학경시대회 및 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하기 시작해 민족사관고 졸업, ‘대통령과학장학생’ 자격으로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입학한 김용균 씨(26·서울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의 어머니 임미성 씨(53)는 최근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서도 강조되는 스토리텔링, 실생활 적용, 교과통합 등 방법으로 아들에게 수학적 흥미를 심어준 대표적 사례.
임 씨는 최근 4∼6세 영유아 학부모를 위한 유아 수학교육 지침서 ‘수학의 神(신) 엄마가 만든다-유아편’(동아일보사·1만2000원)을 펴내면서 또다시 뜨거운 화제를 낳고 있다.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엄마표’ 실생활 수학지도 노하우를 임 씨가 소개한다.
“독서·놀이로 수학에 ‘재미’를 느끼는 게 우선”
임 씨는 자녀의 첫 수학 공부는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게 지론. 자녀가 수학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면 자녀가 좋아하는 이야기책을 함께 읽으며 자연스레 수학적 개념 원리를 적용해 보는 스토리텔링식 수학 공부가 좋은 방법이 된다. 꼭 수학동화가 아니더라도 일반 동화나 전래동화, 교과서 속 ‘창의 마당’에 실린 이야기 등 모두가 좋은 스토리텔링 학습재료다.
임 씨는 틈나는 대로 아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며 수학적 흥미를 경험시켰다. 장난감 블록 20개를 준 뒤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 때마다 자녀를 칭찬해주는 방법으로 수학에 대해 성취감을 심어준 것. 그는 숨은그림찾기, 미로, 퍼즐 맞추기 등 놀이를 하면서 수학 공부에 필요한 집중력과 관찰력도 일찍이 길러주었다.
“마트 장보기로 ‘실생활 수학’ 공부”
임 씨가 추천하는 방법은 자녀와 함께 마트에서 장보기. 자녀가 저학년이라면 ‘○○% 세일’ 광고를 보며 분수·나눗셈을 해보거나 엄마가 카트에 담은 상품의 총액을 자녀가 암산해보고 반올림, 내림 등 ‘어림하기’를 해보게 할 수 있다. 박스를 포장하는 데 필요한 테이프와 끈의 총 길이를 구해보는 것도 한 방법.
마트의 구조를 잘 아는 초등 5, 6학년에게는 가장 짧은 동선으로 구매 품목을 모두 살 수 있는 ‘최단’ 코스와 시간을 구해보거나 제한된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사는 방법을 구성해 보도록 시키면 도형, 방정식 등의 수학 개념을 자연스레 공부시킬 수 있다.
“날씨 뉴스 보면서 수학·과학·경제 통합학습”
학부모 입장에선 어감부터 부담스러운 ‘교과통합’ 학습. 임 씨는 자녀와 함께 공원에 산책을 가는 것만으로 교과통합형 공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나무의 총 개체수와 종류 수를 세어보면서 기본 연산이나 평균 구하기 등을 해볼 수 있다. 또 나무의 분류와 명칭, 특징을 더 조사하면 과학 공부, 나무의 이름이나 모습에 대해 느낀 점을 말과 글로 풀어보게 해 국어 공부도 할 수 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