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액 10% 부과’ 알려지자 곳곳 항의시위… 뱅크런 조짐… 의회 구제금융안 승인 연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키프로스에 100억 유로(약 14조4600억 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고통분담 차원에서 10만 유로 이상 계좌에 대해 9.9%, 그 미만에 대해 6.7%의 부담금을 부과키로 했다. 이에 따른 예금자 손실은 58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추산했다.
유럽 재정위기 발발 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이 유로존과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예금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한 나라는 키프로스가 처음이다. 예금자 200여 명은 이날 정부 청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은행 지점 앞에 불도저를 끌고 와 분노의 뜻을 나타냈다.
현지 언론은 키프로스 정부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하거나 계좌 이체를 할 수 있는 금액을 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액수로 제한했지만 19일 은행이 문을 열면 예금 대량인출(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9일도 은행 영업 휴무일로 선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약 200억 유로로 추산되는 러시아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고려한 것.
파장의 근원인 부담금 부과 조치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사전 통보 없이 ‘내 예금이 10%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예금자에게 보낸 것”이라며 “겨우 안정을 되찾은 유럽에 새로운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