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간병서비스제도 3차 시범사업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동에서는 1월부터 보호자나 간병인이 없이도 간호사로부터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고려대 의대 안형식 교수(예방의학교실)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90% 이상이 간병인을 고용한다. 일반병원의 경우 19.3%가 간병인을 고용하고 34.6%는 가족에게 간병을 받는다.
간병인이 필요한 이유는 병원의 간호사가 부족해서다. 일반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입원환자 15∼20명을 담당한다. 일본(7명), 미국(5명)보다 훨씬 열악하다. 한국 중국 대만을 빼면 대부분 국가에서 간병서비스는 병원의 몫이다. 병원이 간호사와 간호보조 인력으로 팀을 꾸려 환자를 전담한다. 이를 ‘간호간병’이라고 한다.
이 돈을 감당할 수 없으면 가족이 직접 간병한다.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생업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진료비와 간병 탓에 가족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지기 쉬운 이유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 도입된다면 이런 폐해를 막을 수 있다.
○ 수조 원 재원 어디서?
문제는 재원이다. 간병인 없이 환자를 충분히 돌볼 만큼 간호사를 늘려야 한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입원료가 오른다.
정형록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일반병원에서 간호 인력이 간병서비스를 전담할 경우 최소 2조3906억 원에서 최대 5조23억 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지출한 총 진료비는 47조8392억 원. 이 금액의 5∼10%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교수는 “간병서비스처럼 규모가 큰 의료서비스가 공적인 영역에서 배제돼 있어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다. 정부가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간병인 사라지나
유인상 뉴고려병원장은 “병원에서 간호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의료상식을 제대로 모르는 간병인이나 가족이 환자를 돌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수술 환자의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바람에 상처를 곪게 한다든지, 신장병을 앓는 환자에게 짠 음식이나 사골 국물을 먹여 병을 악화시키는 식이다. 보호자 없는 병원에서는 의학교육을 제대로 받은 간호 인력이 환자를 전담한다. 또 병원이 환자 관리를 전적으로 책임지니까 간병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간병인은 서서히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병원 내의 간호사와 간호보조 인력이 환자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간병인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약 4만5000명.
그러나 서울 마포구의 A노인복지센터 시설장은 “간병인은 의사와 간호사를 도와 보조역할만 하면 되지만, 요양보호사는 일이 고되니까 많은 사람이 기피한다”며 “지금도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데 간병인이 이직을 하려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