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경제부 기자
“FTA를 활용하는 데 애로가 있으면 말씀해 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업체 관계자들은 앞다퉈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조직법 국회통과의 지연으로 아직 정식으로 통상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지경부의 발 빠른 ‘FTA 챙기기’가 유난히 두드러지는 대목이었다.
조만간 산업통상자원부로 옷을 갈아입을 지경부 내의 요즘 화두는 단연 ‘통상’이다. 15년 만에 되찾은 업무인 만큼 어떻게든 관련 업무를 조기에 정착시키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지경부가 이렇게 통상 챙기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정작 눈앞에 닥친 통상현안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조직법 공방을 벌이는 국회 탓이라곤 해도 당장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릴 한중일 FTA 1차 협상에 누가 협상대표로 나갈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또 통상에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한 쪽짜리 ‘FTA 경제협력 강화’라는 국정과제 내용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료들이 실속 없는 ‘업무영역 표시’에 골몰하는 이 순간에도 글로벌 통상지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쟁자들은 일제히 새로운 FTA 협상 추진에 나서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자기자랑에 이용될 만큼 통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영역이 아니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