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도쿄 특파원
지난해 1주년 추도식에 신 대사도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2주년 행사도 참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에서 초청장이 오지 않았다. 11일 오전에도 직원들에게 “추도식 초청장이 왔느냐”고 물어봤지만 초청장은 없었다고 했다. ‘올해는 일본 정부 내부 행사로 치르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외국 대사들이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 대사는 곧바로 비서를 찾아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팩스가 도착한 날은 시마네(島根) 현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행사를 치르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중앙정부의 차관급 각료가 참석해 대사관은 상세한 내용 파악 및 대응에 바빴고 사흘 후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어서 정신이 없었다고 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신 대사는 11일 저녁 가와이 지카오(河相周夫) 외무성 사무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불참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영문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중요한 팩스를 놓친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뿐일까. 설령 ‘팩스 한 장’이 없더라도 일왕과 총리까지 참석하는 주재국 정부의 가장 큰 행사를 미리 챙겨보는 사람이 대사관에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번 추도식에는 180여 개국이 초청을 받아 대부분 국가의 외교사절이 참석했는데 우리만 ‘까막눈’이었다.
중국도 불참했지만 “헌화할 때 대만도 포함시킨 것은 2개의 중국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해 사전 통보한 것이어서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