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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하버드 경영학 교수가 제자에게 주는 인생경영 지침

입력 | 2013-03-09 03:00:00

◇하워드의 선물
에릭 시노웨이 지음·김명철, 유지연 옮김/284쪽·1만4000원 위즈덤하우스




2007년, 66세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는 교정을 걷다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기적처럼 다시 깨어난 그에게 병문안을 온 30대 제자가 묻는다. “깨어나서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드셨어요?” 교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답한다. “제길, 의사들이 틀림없이 내 옷을 망쳐놨겠구나.” 그날따라 좀 멋들어지게 차려입었다는 스승은 병상에 누워서도 평소처럼 농담을 건넨다.

이어 둘은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하워드(스티븐슨 교수)는 평안한 미소로 “난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고, 인생에 후회란 없다”고 말한다. ‘기업가 정신’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학자였던 그에게 경영학을 배웠던 제자는 이제 인생 수업을 받고자 한다. 경영자들의 멘토였던 그가 친근하게 인생에 대한 혜안을 제시한다.

책은 3년 동안 연구실과 집, 하버드대 캠퍼스를 거닐며 나눈 사제 간의 이야기를 제자의 시각에서 서술했다. 부자간의 대화 혹은 친구와의 담소처럼 느껴진다. 책은 ‘어떻게 후회 없는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화두로 삼았다. 하워드가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거나 조직에서 밀려날 때 좌절하고 낙담하기보다는 새로운 삶의 전환점으로 삼으라는 의미다.

브랜드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공하는 회사의 대표인 저자는 일생에서 성공은 중요한 가치라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옷장에서 기성복을 꺼내듯’ 이미 성공한 사람의 방식만 따르지 말라는 스승의 조언에 뜨끔해한다. 젊은 시절에는 세계적인 호텔 ‘주아 드 비브르’의 설립자인 칩 콘리의 경력을 고스란히 따르려고 했고, 30대가 된 지금은 눈앞의 스승을 그대로 닮아가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스승은 제자를 나무란다.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옛말처럼 롤 모델 한 명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착오란 것이다. 태도를 닮고 싶은 사람, 동경하는 직업을 지닌 사람, 유산이 존경할 만한 인물 식으로 ‘모자이크 롤 모델’을 지니라는 것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닮았다.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노교수가 20년 만에 만난 제자에게 인생 교훈을 들려주는 구조다. 하지만 4∼5년 동안 점차 건강을 회복하는 하워드와 저자의 대화가 더 활기차고 유머러스하게 느껴진다. 허름한 단골식당에 들어가면 60대 요리사가 하워드를 ‘요다’(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작고 못생긴 캐릭터)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반긴다. 경영학 교수인 하워드는 사회학 교수였던 모리와 달리 직장생활의 실무적 조언에도 충실하다. 업무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기업 문화 적응력이 높은 사람을 채용하라, 직원들의 성과 평가는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라는 스승의 조언을 경영자인 저자가 직접 실무에 적용한 후일담도 생생하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