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그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북(對北) 제재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임박한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평화협정 체결”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즉각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용을 놓고 보면 북한 노동당 대변인의 성명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이 대표의 성명에 북한의 책임을 묻는 대목은 전혀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앞둔 어제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제2의 조선전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며 “침략자들의 본거지들에 대한 핵 선제타격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핵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며 “외교적 해결 기회는 사라지고 군사적 대응만 남았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성명을 낸 6일에는 ‘핵으로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 ‘한라산에 공화국기를 꽂겠다’고, 그 전날에는 정전(停戰)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겁박했다. 다시 전쟁 상태로 되돌아가겠다는 의미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 상황이다.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여야나 이념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군과 정부, 정치권, 국민이 똘똘 뭉쳐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마치 딴 나라 사람처럼 북한의 책임은 전혀 묻지 않고 정당하게 대응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만 문제 삼고 있다. 마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투다. 종북(從北)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통진당은 올해 1분기에 정당보조금 6억8460만 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작년 대선 때 후보를 중도 사퇴하고도 27억 원의 선거보조금을 챙겼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그런데도 통진당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당의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정당을 그대로 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