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하지만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사장, 삼성재단 총괄사장,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등을 역임한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그는 한국 장애인체육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장애인체육회 전신인 장애인복지진흥회를 이끌었다. 이천 장애인종합훈련원은 그가 삼성을 통해 100억 원을 지원받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없었다.
문화부의 조치 이후 한 전 사장은 부회장단의 추대를 받아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당시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 전 사장은 장애인체육회 직원들의 추락한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직무대행을 맡았다고 했다. 윤 회장에게 미움을 산 직원들의 징계도 모두 풀어줄 작정이었다. 하지만 실천할 수 없었다. 문화부의 처분에 반발한 윤 회장이 행정소송을 했고 서울행정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장애인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금고형 이상의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 임원의 직위를 박탈할 수 있다. 벌금형에 그쳤던 윤 회장은 지난달 중순 업무에 복귀했다. ‘윤 회장 체제’로 돌아간 장애인체육회는 5일 이사회에서 한 전 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한 전 사장은 사재 10억 원을 출연해 다문화가정청소년복지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어릴 때 너무 가난해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는데 고비마다 도와주시는 분들을 만났다. 그때부터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장애인체육을 아끼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그가 더는 장애인체육을 위해 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종훈 그 양반이 그랬다죠. 헌신하려던 마음을 접었다고. 내 심정이 그래요.”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