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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세종시는 부동산특별시

입력 | 2013-03-07 03:00:00

행정도시 현장 가보니




아파트 본보기집이 밀집된 세종시 대평동 일대. 이곳의 본보기집은 휴일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세종=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 이달 초 찾은 세종시 대평동 빈 공터에는 아파트 본보기집만 10여 곳이 있었다. 본보기집 벽면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흔적을 감춘 ‘분양 마감’이라는 안내광고가 즐비했다. 한나절 만에 본보기집을 찾은 인파는 수천 명. 어느 틈에 다가온 부동산 업자는 세종시 지도와 명함을 건네며 “지금 전국에서 눈여겨볼 만한 곳은 세종시뿐이니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지 상담을 오라”고 말을 붙였다.

#2. “전세 구하는 게 ‘로또’ 당첨만큼이나 힘들어요.” 세종시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인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 열매마을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이다. 세종시 부동산 열기는 인근 지역으로 확산됐다. 대전 안에서도 인기가 높은 신흥 개발지구인 데다 세종시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금이 고공비행 중이었다. 임종성 황금부동산법률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8월만 해도 전용면적 59m² 아파트 전세금이 1억600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10% 넘게 올랐다”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80% 수준에 이르는데도 더 오를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이전하며 6개 부처가 세종시에 자리를 잡아 본격적인 ‘행정부 세종시대’가 열렸다. 세종시에서는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분양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전세금이 치솟고 있다. 학군이 좋다는 소문에 인근지역 주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정작 공무원들은 주변지역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부동산 열기는 대전, 충남 공주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 인근지역도 후끈

세종시에서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행정기관 이전이 본격화됐지만 청사 부근에서 입주가 이뤄진 아파트는 6500여 가구 정도이기 때문. 지난해 8월 9000만∼1억 원 정도에 거래되던 세종시 첫마을 전용면적 85m² 아파트는 1년 반 새 가격이 2배가량 뛰어 현재 2억∼2억200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황병연 부동산뱅크 첫마을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부동산 시장 불황의 여파로 공무원들이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며 “특히 혼자 내려온 공무원들은 소형을 선호하다 보니 인근 세종 조치원읍, 대전 유성구까지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20분 거리인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 충남 공주 일대 전세금도 덩달아 상승했다. 대전 황금부동산 임종성 대표는 “공급은 뻔한데 수요는 넘치는 상황”이라며 “저녁 때 전세 물건이 나오면 그 다음 날 오전이 채 가기도 전에 주인을 찾는다”고 전했다. 1월 말 기준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연기지역)의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 말까지 6개월 동안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7.8%. 가까운 거리의 대전 유성구도 7.2%의 상승률 나타냈다.

유성구 내 오피스텔의 경우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는 곳조차 나오고 있다.

▼ 전용면적 85m2 아파트 전세금 1년반새 2배로 ▼

■ 11월 2단계 청사 완공 7개교 오픈… 맹모 열풍 예고 일각선 시장과열 투기 우려도

○ 투자자까지 합세, ‘분양시장 ‘호조’ 

분양시장에서도 순조롭게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세종시에서 처음 분양한 호반건설의 ‘호반베르디움 5차’는 1·2순위 청약 결과 608채 분양 모집에 844명이 몰렸고 다른 중견 건설사 아파트도 분양이 모두 마감됐다.  

부동산 마케팅사 라이온파트너스 강성범 대표는 “공무원 특별분양은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해 경쟁률이 떨어졌지만 대전, 충남 공주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세종시의 ‘투자가치’에 주목하면서 여전히 분양에 나서는 업체들 대부분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본보기집에서 만난 투자자들 대부분도 인근 도시 주민이었다. 딸의 손을 잡고 대전에서 세종시 ‘모아미래도 에듀포레’ 본보기집을 찾아온 고모 씨(41)는 “세종시까지 15분 거리”라며 “교육 여건도 좋은 데다 인프라만 안정되면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가 될 것으로 생각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에서 온 지모 씨(46)도 “투자 목적으로 본보기집을 찾았다”며 “충청 지역에서는 다들 세종시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종시 아파트 건설을 결정했다가 위약금을 내고 빠져나갔거나 아예 뛰어들지 않은 건설사들이 “예상과 달리 너무 성공해 배가 아프다”는 뒷말을 하고 있다.

○ 당분간은 열기 지속될 듯

현지에서는 당분간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세종시내 주택 부족으로 대전 등 주변지역으로 퍼졌던 주택 수요자들이 결국 세종시에 주택이 공급되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앞으로 공무원 이주가 본격화하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완공되는 2단계 청사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부처와 12개 소속기관이 이전한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3월과 9월 유치원 2곳(도담, 연세), 초등학교 2개교(도담, 연세), 중학교 1개교(도담), 고등학교 2개교(세종국제, 도담) 등 총 7곳이 문을 열 예정이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주변 지역 ‘맹모(孟母)’들도 더 불러들일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한 투기 우려도 일고 있다. 인근 충북 오송,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 충남 공주 등도 원룸, 도시형생활주택 신축이 이어지는 등 들썩이고 있기 때문. 첫마을공인중개사사무소 황병연 대표는 “인근에 원룸을 지을 만한 용지가 마땅치 않고, 대전으로 나가는 길목은 다 그린벨트 지역이라 공주 쪽으로 나가는 세종시 장군면 일대에 원룸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며 “가격들이 오를 만큼 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13년도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에서도 전국 시군구 중 세종시 땅값이 21.54% 상승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기대감으로 바뀌면서 세종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주변 시세와 관계없이 세종시만 계속 올라가긴 힘든 만큼 언제까지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세종=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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