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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노동신문 1면 장식한 로드먼과 코카콜라

입력 | 2013-03-02 03:00:00

로드먼 광팬 김정은 파격적 허용… 초밥 등 10가지 코스요리 대접金 “北-美체육교류 활성화 기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독재왕국의 젊은 지도자와 특이한 외모와 기행(奇行)으로 화제를 뿌려온 ‘농구 코트의 악동’의 만남이 연일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28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미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트로터스’와 조선체육대학 횃불농구팀의 친선경기를 관람하는 사진과 기사를 1, 2면에 크게 보도했다. 코와 입술에 특유의 피어싱을 하고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쓴 로드먼의 모습과 로드먼 앞에 놓인 ‘자본주의의 상징’ 코카콜라 캔이 그대로 신문에 게재됐다.

로드먼은 김정은에게 농구유니폼을 선물하고 관중 앞에서 “당신은 평생을 갈 친구를 두게 됐다(You have a friend for life)”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노동신문은 같은 장면을 “(로드먼이) 경애하는 원수님을 친근한 벗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드먼이 모자도 벗지 않고 김정은과 대화하고,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벗’이라고 표현한 내용이 여과 없이 보도될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은이 로드먼의 열성 팬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은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 로드먼의 등번호 9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농구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김정은은 경기 후 로드먼과 만찬을 하며 “이런 체육교류가 활성화되면 두 나라 인민이 서로 이해를 도모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AP통신도 김정은이 로드먼에게 “이번 방문으로 북-미 사이에 해빙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만찬이 초밥과 칠면조를 곁들인 10가지 코스 요리로 진행됐고, 한 참석자가 “미국을 방문하라”고 권하자 김정은이 웃어넘겼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1월 방북했던 에릭 슈밋 구글 회장단이 외무성 관료만 만난 것에 비하면 김정은의 로드먼 환대는 파격적”이라며 “2012년 1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로드먼은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만난 첫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로드먼의 방북은 뉴욕의 바이스(VICE) TV가 방송 시리즈의 하나로 기획한 것이다. 로드먼은 1일 일정을 마치고 평양을 떠나 귀국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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